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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이야기] 세금과 기부금의 상호관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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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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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두 기업인의 기부 약속이 화제다. 집안이 가난하고 힘든 청소년기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담양의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던 경험과 보길도 인근 소안도에서 태어나 식당 손님들이 쓰던 방에서 숙식했다는 서로의 고백은 소스라치게 닮았다. 법인의 돈이 아니라 기부자 본인 호주머니에서 기부금을 마련하고, 이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겠다는 점은 ‘깨끗한 부자’가 아니면 취할 수 없는 태도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역할은 국가가 세금으로 할 수 있으나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증세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게 쉽지 않다. 법인세나 소득세 세율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가가치세 세율은 인상의 여력이 있긴 하나, 올릴 경우 가난한 자의 부담이 더 커지는 세금의 역진성이 우려된다.

기부금이 사회적 약자의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사용된다면 이는 세금이 다하지 못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증세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부는 기부금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등 소득재분배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기부금 세제는 세액공제방식인가 소득공제방식인가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 전자는 기부금의 과다에 불구하고 15% 만큼 일률적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한다(현행 세제). 후자는 기부자의 소득금액에 적용하는 세율(6%-45%)에 기부금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만큼 혜택을 부여한다(종전세제). 예를 들면, 납세자 ‘갑’의 소득금액이 100억원이고 기부금이 40억원일 경우, 현행세제는 6억원(40억원×15%) 세금혜택이 있는 반면, 종전세제로 하면 100억원에 적용하는 소득세율 45%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 16억원 (40억원×45%)의 절세효과가 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현행 세액공제 방식으로는 고소득자들의 기부를 적극 유인하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 기부금 세제는 총소득금액의 60%내의 기부금은 전액 소득공제를 해주고, 프랑스는 기부금의 66%를 세액에서 빼준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관대하다. 위 사례의 ‘갑’이 프랑스에서 40억원을 기부할 경우 26억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한다.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세상에서 자기 돈을 타자를 위해 스스로 포기한 이타적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하며, 이는 독일출신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이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지적한 존재적 실존양식의 생생한 표지(標識)이다.


기업인들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열심히 기업을 일구어서 최고수익을 창출한 뒤 일부를 정직하고 자발적으로 세금이나 기부금으로 사회로 환원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돈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맘모니즘(mammonism)에 기반을 둔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 대신 성숙한 자본주의를 꽃피게 할 수 있다.


‘제가 쌓은 부는 제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기부자의 진솔한 고백은 우리나라에서도 성숙한 자본주의가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격한 감동을 준다. 깨끗한 부자가 더 많이 출현하도록 세제가 도와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소득불균형 완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대한 해답은 덤으로 온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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