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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빚으로 겨울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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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근 2년 가까이 못 만나던 지인을 우연히 마주쳐, 그 김에 차 한 잔을 나눴다. 그는 중소기업의 사장이다. 한국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사업환경이 해가 갈 수 록 힘들어져 왔음을 잘 알지만, 오랜만에 만난 터라 근황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올 한해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웃을 일은 거의 없었고, 울긴 많이 울었던 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때는 '감동 받아서' 울었고, 폐업 사연을 올린 유튜브 동영상들을 보면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울었다고 했다.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질까봐 그랬는지 너털웃음에 섞어 "원래도 빚잔치 인생인데 최근에 그 잔치가 더 크고 화려해졌다"는 말도 흘렸다. 마땅한 대꾸를 찾지 못하고 괜히 찻잔만 후후 불고 말았다.


올해를 신나고 즐거웠던 한 해로 기억할 사람들은 아마 많지 않을 듯하다. 기자도 거의 매일 기사에 중소기업 위기, 소상공인 대출, 폐업, 빚더미, 재난지원금' 같은 단어를 썼다. 그나마 친환경, 투자 유치, 스타트업, ESG 주제를 다룰 때는 마음이 조금은 가뿐했다.


'빚투'나 '영끌'이 유행어가 된 지금이다. 사회 전반을 '빚'이 지배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2021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기업대출은 11월에만 9조1000억원 증가해 총 106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증가 규모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1월 증가액 가운데 가장 큰 폭이고, 그 증가액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빌린 것이다. 지난 10월과 11월 기준 기업대출 증가액 중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각각 77.6%(8조원), 70.3%(6조4000억원)에 달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계기업도 역대 최대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의 비중은 40.9%로 1년 전(36.6%)보다 4.3%포인트 확대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은행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올해도 유지된 만큼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상환유예 건수도 늘었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들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신청건수는 105만8000건이고 금액으로는 261조2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4월 시행된 지 1년6개월 만에 100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1월에 44만1000건에 130조4000억원이었으니, 배 이상 늘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지만, 상환유예는 원금 탕감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빚이다. 잠시 누렸던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세계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다시 얼어붙으며,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는 더 추은 겨울이 되고 있다. 이들을 빠짐없이 따뜻하게 덮어줄 두툼한 이불과도 같은 정부지원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다 식어버린 차를 마저 들이키고 그와 헤어질 때, 서로 애써 밝은 미소로 건강히 지내시고 곧 또 만나자는 인사밖에 하지 못했다. 부디 힘내시고, 사업도 번창하라는 말은 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새해인사와 함께 전해 본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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