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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신도시 후보지로 전락한 김포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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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일본 하네다공항의 정식 명칭은 '도쿄 국제공항(Tokyo International Airport)'이다. 1951년 문을 연 이 공항은 1978년 나리타공항 개항 전까지는 명실상부한 일본 수도 도쿄의 관문이었다. 항공 여객 수요 급증으로 지금은 국제선 대부분이 규모가 10배에 달하는 나리타 공항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하네다는 국내선과 한국 등 단거리 노선 이용객에게는 요긴한 곳이다. 도쿄 시내와의 거리가 16㎞로, 60 ㎞나 떨어진 나리타 보다 도심 접근성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 요금 역시 김포-하네다 노선이 인천-나리타 노선보다 비싸다.

수도 서울의 공항 역사도 도쿄의 그것과 닮았다. 1958년 개항 이후 서울의 관문 역할을 했던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한때 존폐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김포공항은 국내선은 물론 단거리 국제노선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공항 신도시 개발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 250만호의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가 발원지다. 김포공항에 신도시를 조성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매력적이다. 김포공항은 지하철 등 웬만한 광역 교통망이 이미 완벽하게 갖춰진 곳이다. 면적 역시 863만㎡로 판교신도시와 엇비슷하다. 주변의 개발되지 못한 땅을 더하면 도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어림잡아 2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이 좋은 땅에 집을 짓지 못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예 공항을 없앨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 이 기능을 대체할 공항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캠프 측에서는 인천공항을 확장해 김포공항의 기능을 이전하겠다는 그럴듯한 대안도 제시하긴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발상이다. 국내선을 인천공항으로 옮기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선은 문을 닫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더 떨어지는 인천공항을 오갈 바에야 차라리 KTX등 다른 대체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나리타 공항 개항에도 불구하고 하네다 공항이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여전히 중요한 도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서울에서는 강서구 마곡지구 이후 대규모 개발 가능 용지가 바닥났다. 공급 확대를 위해 김포공항 개발론을 꺼내든 절박함이 이해도 된다. 다만 과연 이 같은 주장이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끝에 나온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대선을 치를 때마다 두눈이 번쩍 뜨이는 획기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마주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반값 아파트'가 그랬고, 박근혜 정부가 '철도 위 행복주택' 공약이 대표적이다. 얼핏 그럴듯 했지만 끝은 같았다. 반값 아파트는 강남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흐지부지됐고 철도 위 행복주택은 첫삽조차 떠보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모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대신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 방안도 없이 포장만 요란한 공약은 오히려 시장의 상실감만 키울 뿐이다.

진짜 공급을 확대하겠다면 당장 표를 얻기 위한 거창한 공약을 내놓기 전에 작지만 확실한 정책 대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게 이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는 첫걸음이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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