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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입'이 키운 LH 투기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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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가 4·7 재·보궐선거의 지형도까지 흔들고 있다. ‘발본색원’ ‘패가망신’ 등 정부 스스로 ‘투기와의 전쟁’까지 선포하며 사태 수습에 사력을 다하지만 등 돌린 민심은 쉽사리 되돌아오지 않을 기세다.


무엇이 이리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는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고비마다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높인 몇몇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노를 키운 첫 번째 장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임 중 "‘청렴’을 수없이 말했다"지만 정작 내부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투기를 막을 장치는 물론이요 무더기로 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이를 조사해본 적조차 없던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 직원들이 "알고 투자한 건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은 분노에 불을 지폈다. 재임기간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관행조차 몰랐다면 몰라서 문제요, 알고도 이를 방치했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장면 2. 대통령의 뒤늦은 사과다. 사태가 발생한 지 8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입을 열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면 우리가 분노를 넘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흔들리지 않고 부동산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대통령의 말은 더 큰 분노를 몰고 왔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일주일 후에야 비로소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세 번째 결정적 장면은 정치인들이 맡았다. 전직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들이다. 이들의 발언에 국민은 아연실색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지만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엉뚱하게 LH 사태를 검찰 개혁과 연결짓는다. 추 전 장관 역시 기다렸다는 듯 "부동산시장의 부패에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뜬금없이 검찰을 지목한다.

분노를 키운 이들 장면에 일관되게 흐르는 공통의 정서가 있다. 내 탓 아닌 남 탓이다. 4년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무는 25번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을 잡지 못했지만 여전히 지겹도록 ‘투기와의 전쟁’을 외쳐대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투기꾼 탓으로만 돌리는 모습과도 닮았다.


이 정부에서는 다주택자는 물론이요 치솟는 집값에 평생 집 없는 설움 겪을까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2030세대, 심지어 십수년 전 어렵사리 서울 외곽에 내 집을 마련, 꼼짝 않고 살았을 뿐인데 급등한 집값 덕에 ‘어쩌다 고가 주택 보유자’가 된 사람마저 투기꾼으로 몰리며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


집값 올라 행복해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집 없는 무주택자는 물론이요 이제 집 한 채 가진 사람들도 집값 오른 게 반갑기는커녕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 고지서에, 자식들이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갈지도 모르는 걱정에 한숨을 쉬어야 할 지경이다.

투기 근절 대책은 오히려 나중 일이다. 제발 치솟은 분노를 더 돋울 입들이나 다물었으면 좋겠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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