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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스물은 스물이라 좋고 여든은 여든이라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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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중소벤처부장

떡국을 안먹고 나이 한 살을 피한다면 좋으련만, 그야말로 세월은 비껴갈 수 없다. 나이에 비례해 늘어가는 것이 경험과 능력인지, 고집과 뱃살, 흰머리 뿐인지는 지나온 생활의 궤적들을 보면 짐작이 되리라. 노화의 흔적을 발견하는 빈도가 잦아지면 떨어지는 건 자신감이고, 오르는 건 혈당이다.


그래도 세상의 이치는 오묘해서 누구에게나 1년에 한 번은 공식적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준다. 모든 날이 어제에 이어 오늘이고, 또 내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그날이 그날은 아니다.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거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게 세상이 주는 매력이다. 증거는 많다.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 크록은 52세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고 시작했다. 종이컵 판매사원이었던 그는 밀크셰이크용 믹서 판매회사를 차려 미국 전역을 다니며 세일즈했다. 크록은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너디노에서 맥도널드 형제의 햄버거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그는 단순한 메뉴와 표준화된 조리법, 서비스에 매료돼 체인점 사업을 결심했다. 그는 맥도널드를 창업한 1955년부터 20년간 8000개 가까운 매장을 열었다. 지금 전 세계 119개국, 3만4000여개 매장이 있다.


크록은 그의 자서전에서 '한 개 매장의 질보다는 시스템 자체의 명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계속 복제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회고했다. 그게 바로 그가 생각해 낸 사업의 요체였다. 크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원형을 만들었다. 이 방식은 곧 전 세계로 퍼졌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지금은 전통사업 범주에 있지만 당시에는 벤처였다. 그는 요식업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외부자의 눈으로 사업의 핵심을 꿰뚫어봤다.


박항서 감독은 나이 예순에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차범근 선수가 졸업한 당시 축구 명문 고교출신인 그는 유명선수 출신은 아니었다. 44세이던 2002년 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로 우리에게 알려졌고 이후 지도자 생활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 했다. 이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석달 만에 물러났고, 프로팀 감독 생활도 오래 가지 못했다. 프로 2부팀, 실업팀을 거치며 환갑을 앞두고 있었지만 낯선 베트남행을 택했다. 대한민국에서 거스 히딩크가 전설이듯 베트남의 박항서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보여줄 것이 많은 그다.

1969년생 가수 양준일은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랜 시간 대중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그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고, '탑골 GD'로 불리며 받는 대중의 주목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다시 대중 앞에 등장했다. 타고난 외모와 체형 탓도 있겠지만, 50대의 그는 준비된 엔터테이너의 모습이었다.


팔순의 장인어른이 지난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 자격증을 따려면 이론과 실기, 실습을 포함해 2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필기와 실기시험을 치러야한다.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레이 크록이, 박항서가, 양준일이 될 수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박막례 할머니(47년생 유명 유튜버)처럼 살 수도 없을 것이다.


스물은 스물이라 좋고, 여든은 여든이라 의미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1년 마다 새해를 선물하고, 매일 새날을 준다. 가슴에 품은 꿈 펼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경자(庚子)년 첫날이 되시라고 나에게도, 여러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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