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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바이 재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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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제조업체 재영솔루텍은 2003년 11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우치다라는 회사를 1억엔에 인수하고 'JYCO'라는 법인을 세웠다. 우치다는 금형의 기초 소재인 몰드베이스 전문기업이었다. 당시 재영솔루텍은 우치다의 설비와 부채는 물론이고 25명의 일본인 직원의 고용도 승계했다. 당시 인수는 일본 기업에서 요청해 이뤄졌다. 재영솔루텍은 4년 뒤인 2007년 10월에는 20여년간 거래관계였던 교세라케미컬의 중대형 금형사업부문도 인수했다. 이로써 교세라가 갖고 있는 우수한 금형기술을 확보했고 교세라의 영업망을 활용해 일본 도요타, 닛산, 소니 등에 직접 금형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두 곳의 공장을 나중에 도쿄 인근 지바현에 새로 만든 공장으로 확장, 이전함으로써 몰드 베이스와 소형 및 중대형 플라스틱 사출금형의 생산, 유지ㆍ보수의 완벽한 일관체제를 갖췄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하버드, 예일대 교수들이 쓴다'는 '하고로모분필'은 일본 기업이 일본에서 만든 '메이드 인 재팬'이었지만 지금은 '100% 한국'이다. 이 분필은 1932년 설립된 '하고로모분구'에서 만들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3대를 거치며 80년 넘게 분필을 만들었으며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기업이었다. 그러나 후계자를 찾지 못한 이 회사 사장이 2015년 기술과 설비, 상표 등을 모두 그간 친분을 쌓아온 국내 기업(세종몰)에 넘기고 사업을 접었다. 세종몰은 일본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하고로모분필을 '메이드인코리아'로 국내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중소기업 가운데는 친족이나 임직원 가운데 후계자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소기업 10곳 중 6, 7곳은 후계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후계자가 없어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300곳이 넘는다.

1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업승계형 인수합병이고 최근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일본 중소기업 경영자 평균 연령은 20년 전에는 47세 전후였지만 지금은 60세 전후다. 2025년까지 평균 은퇴연령이 70세를 넘는 경영자가 245만명에 달하고 그중 절반 정도가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일본 정부도 사업승계펀드 조성과 금융지원 등을 담은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법을 제정,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내 경제단체인 한국무역협회도 2009년에 '한일 양국간 후계자 부재 중소기업 사업승계 인수합병 지원 공동펀드'라는 걸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양국이 창구를 만들고 펀드를 만들어 인수합병 후보군을 추린 뒤 투자자를 모집해 결국에는 일본 중소기업을 사자는 취지였지만 흐지부지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反日)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산 제품을 사지도, 팔지도, 일본은 찾지도 않겠다는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 기업이 불화수소를 비롯해 핵심부품소재의 국산화에 나서기로 했다. 불매운동은 단기간에 일본 정부와 기업, 지자체 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폭발적 반일감정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부품소재의 국산화는 이미 갔어야 할 길이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은 맞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는 없다. 이런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핵심기술이나 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 재팬(Buy Japan)'을 적극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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