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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계륵이 된 공장

최종수정 2019.06.17 12:04 기사입력 2019.06.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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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관 예정인 부산도서관 코앞에는 한일시멘트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 공장이 이곳에 들어선 것은 1982년이다. 당시에는 도시 외곽이었던 이 지역은 도시가 개발되면서 빌라와 아파트로 채워지고 지금은 도심 속 외딴 섬이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환경기준을 준수하고 있지만 그동안 시멘트공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부산 대표 도서관 앞에 시멘트공장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공장 측 입장에서는 나갈 수 있으면 나가고 싶지만 사정은 복잡하다. 시멘트는 제품의 특성상 건설현장에서 최소 1시간30분 이내 거리에 있어야 한다. 도시의 성장과 지역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현장과 반드시 가까이 있어야 한다. 보상이 이뤄진다고 한들 어디에 가도 지금과 같은 1만㎡ 의 부지를 확보할 수 없다. 시멘트공장을 유치하려는 곳이 없고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문만 나도 반대 플래카드가 걸리기 십상이다.


시멘트와 레미콘을 주력으로 하는 삼표그룹의 성수동,풍납동 공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젊은 층에게 성수동은 고급 아파트와 카페거리가 들어선 핫플레이스다. 시계를 조금만 돌려봐도 이 지역은 영세공장 밀집지역이었다. 삼표가 1970년대부터 이곳에 레미콘공장을 운영해온 이후 서울의 산업화와 메가시티화를 이끌어왔지만 지금은 소음과 먼지로 인한 민원의 집합소가 됐다. 20여년 전부터 공장 이전 논의가 있어 왔지만 한일시멘트 부산공장처럼 대체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삼표의 또 다른 풍납공장 역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돈 문제와 땅 문제 등으로 당장의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레미콘 역시 시멘트처럼 도심에서 1시간3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야 한다.


시멘트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는 강원도와 충북도 등은 지역국회의원, 정부와 함께 지역자원시설세라는 세목에 시멘트를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십 년간 시멘트공장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을 받아왔으니 그 보상 차원에서 시멘트 1t당 1000원을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추산으로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에 이미 1992년부터 지역자원시설세가 걷히고 있는데 시멘트에도 부과하자고하니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중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도심과 석회석광산이 있는 시멘트, 레미콘공장은 산업의 특성상 '지역붙박이'의 성격을 띤다. 국내 사업이 어렵다고 해외로 갈 수도 없다. 경제성과 품질 등을 종합해도 해외 석회석 광산에서 시멘트를 들여와 국내에 도입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지역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는데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에게 이제는 혐오산업, 기피산업이 돼버린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으로부터 외면받거나 보상을 요구받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수도권에 공장을 증설하려던 한 제조업체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못 이겨 별도의 돈을 들여 복지시설을 새로 지어주기도 했다.


[데스크칼럼]계륵이 된 공장

포항과 광양, 당진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때문에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항은 곧 포항제철소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고 광양은 제2제철소 유치로 어업중심지역에서 철강메카로 변신했다. 당진은 한보철강이 무너진 이후 지역경제가 초토화됐다가 현대제철이라는 새 주인을 맞고서는 국내 최대 산업도시이자 고도성장하는 도시의 상징이 됐다. 이들 공장은 지금은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혐의를 받으며 조업정지 요구를 받고 있다. 비약적인 경제성장 속에서 기업의 역할도 있었지만 이를 지원하고 묵묵히 참아왔던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역할도 큰 게 사실이다. 공장을 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 주민생활도 이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해법을 찾기 어렵지만 누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치킨게임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이경호 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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