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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78> 바이러스의 생명력

최종수정 2020.02.14 12:00 기사입력 2020.0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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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78> 바이러스의 생명력


너무 작아서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고, 전자현미경을 통해 겨우 볼 수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지름이 120나노미터(1nm=10-9m)에 불과하여 8만개를 한 줄로 세워야 겨우 1cm가 될 정도로 작은 이 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을까?


바이러스는 구조나 기능으로 볼 때 어떤 생명체보다도 보잘 것 없는 존재다. 세포 구조를 가진 박테리아(세균)와 달리 DNA나 RNA 핵산으로 만들어진 열 개 안팎의 유전자와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이 전부다. 그 자체로는 생명체가 아닌 핵산과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여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宿主)’라 부르는 다른 생명체의 세포 안에 기생하여 겨우 살아간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숙주이며, 숙주를 찾아 잘 이동하는 재주와 숙주 안에서 잘 증식하는 재주를 가진 바이러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하는 경로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식물에 기생하는 식물 바이러스는 곤충과 같은 매개 생물을 통하여 이동하며, 사람이나 동물에 기생하는 동물 바이러스는 감염된 체액을 통하여 다양한 경로로 이동하는데, 이 이동이 숙주의 입장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이 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공기를 통하여 이동하며, 노로 바이러스는 오염된 손이나 음식, 물을 통해, 로타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 접촉에 의해, 사람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나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성행위 중 체액이나 오염된 피하주사에 의해 이동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까지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 숙주로 이동한 바이러스는 증식을 하는데, 자신은 복제능력이 없으므로 숙주의 세포가 바이러스의 DNA나 RNA를 복제하고, 바이러스성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만든다. 이 둘이 결합하여 수많은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데, 바이러스는 20,000~25,000개인 사람의 유전자에 비해 유전자 수가 적어(독감 바이러스는 8개, 로타 바이러스는 11개) 복제 속도가 매우 빠르다.


감기와 독감, 수두, 홍역, 천연두, 소아마비,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간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등과 같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질병은 바이러스가 증식되어 개체수가 일정 수준(임계점)을 넘을 때 고열이나 기침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를 잠복기(incubation period)라 부른다.


바이러스는 대체로 잠복기에는 다른 숙주로 전염되지 않는데, 코로나19는 잠복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염이 가능하여 차단에 어려움이 많다. 의학계는 전염이 가능해지는 때까지를 잠재기(latent period)라 하여 잠복기와 구분하는데, 잠재기가 더 짧아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 전염되는 예는 AIDS를 일으키는 사람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서도 볼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여러 이유로 많이 죽는다. 감염된 세포가 용해 또는 파열되거나, 세포막이 변질되거나, 세포 손상으로 스스로 죽거나(자멸사), 바이러스가 생산한 단백질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여 죽는 경우처럼 많은 세포가 죽으면 호흡기와 같은 장기의 기능이 약해져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겹겹이 방어막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질병을 자연치유하는 면역시스템이다. 면역시스템은 태어날 때부터 몸 안에 존재하며,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방어하는 선천 면역과 특수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만을 기억하고 인지하여 제거하는 적응 면역으로 구분한다.


선천 면역은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피부,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콧물, 기침, 재채기, 기도나 위장관의 점액, 구토와 설사, 바이러스를 죽이는 위산 등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장벽을 층층이 만들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고 내보내고 죽인다. 이러한 장벽을 뚫고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와 같은 백혈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죽이는 방법으로 제거한다.


적응 면역은 백혈구의 하나인 B세포와 T세포가 특정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항체를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다시 들어올 때 세포가 감염되는 것을 막는다. 한 종류의 항체는 하나의 바이러스만 공격하기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적응 면역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새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만들기 위해 약화시킨 바이러스나 죽은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이용한다.


어떤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환에 걸렸을 때 면역시스템을 대신하여 정상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바이러스만을 완벽하게 죽여 질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의학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증식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백신을 개발하여 예방하는 방법은 효과적이나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쉽게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맞춰 그때그때 개발하기 어렵고, 모든 바이러스에 대해 다 개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있으나, 바이러스를 다 죽이지는 못하므로 효과가 제한적이다. 항생제는 세균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고, 바이러스에는 쓸모가 없다.


수많은 바이러스 질환들이 수시로 유행하고, 때로는 치사율이 높은 독감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지만, 발병하지 않거나 발병하여도 질병을 이겨내고 낫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것은 바이러스의 감염을 이겨낼 수 있는 훌륭한 면역시스템이 우리 몸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시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 질환에 걸렸거나 걸릴까봐 걱정된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노력과 함께 생명스위치를 켜는 친생명적인 생활(생명이야기 68편 참조)을 생활화하여 면역력을 높여보자.


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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