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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아세안 단합 위해 지휘봉 잡은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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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주아세안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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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알파벳순으로 의장국이 바뀌는 아세안의 실질적 업무는 1월 의장국 주최 아세안 외교장관 회동(Retreat)에서 시작된다. 금년에도 1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의장국인 베트남 나짱에 외교장관들이 모였고, 그 직전 베트남은 의장국 수임을 공식 개시하면서 ‘아세안의 단결과 대응(Cohesive and Responsive ASEAN)’을 금년도 아세안의 주제로 공표했다.


강대국의 대립 등으로 인해 아세안 역내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베트남으로서는 아세안의 단결과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 주제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그 이행을 위해 다섯 개의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그 가운데 지역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아세안의 적극적 역할과 기여를 최우선시했고, 이를 위해 아세안의 단합과 회원국 간 협력 강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분석하면서 금년도 아세안의 주제가 과거보다 정치적 성격이 짙어지고, 선명해졌다고 본다. 작년과 재작년 의장국 태국과 싱가포르가 각각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복원력과 혁신’을 주제로 설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베트남은 이전보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렇듯 다소 예민한 주제를 제시한 배경에는 베트남의 전략적 비전과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0년간 눈부시게 성장한 경제력과 이미 두 번째인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 그리고 세 번째 아세안 의장국 수임 등 유·무형의 자산은 이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베트남이 직면한 과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는 상수가 된 역내 미-중 경쟁 구도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결속을 다지고 나름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아세안내 이견 표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2012년 남중국해를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아세안 외교장관 공동성명이 사상 최초로 채택되지 못한 전례도 있다.


다행히 지난 1월 15일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이 서명되어 두 강대국간 갈등은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섰으나, 언제든 다시 격화될 가능성은 있다. 또한 남중국해 행동규범(Code of Conduct)을 놓고 중국과 아세안은 금년 2월부터 본격 협상인 2차 독회에 돌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세안내 분열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예단할 수 없다. 작년 6월 아세안 정상들이 인-태 지역 정세와 관련하여 채택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점(ASEAN Outlook on Indo-Pacific)’이 단지 구호가 아닌 실천적 행동계획임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아세안의 주변 환경은 이처럼 녹록치 않지만, 오히려 베트남은 아세안의 결속을 다질 기회로 보고 있다. 아세안의 탄생과 성장과정에서 위기는 결속을 강화하고, 역내 통합과 협력을 촉진하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아세안은 보다 통합된 아세안 금융시장의 필요성 및 한중일과의 협력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결과 아세안+한중일 체제가 구축되어 동아시아 지역 협력이 급속히 진전되었다.


베트남의 메시지는 ‘한 그루의 나무는 산이 될 수 없지만, 세 그루는 산을 만들 수 있다’는 베트남 속담처럼 변혁의 물결에 맞서 아세안 10개국의 빈틈없는 단합과 능동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과거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공간을 확보해왔던 베트남이 이제 아세안의 지휘봉을 잡았다. 국제정치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아세안 의장국 베트남의 리더십은 국제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남 주아세안대사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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