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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시장가격'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대통령

최종수정 2020.01.22 14:43 기사입력 2020.01.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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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그런 급격한 가격 상승들은 원상회복돼야 한다."


지난 14일 TV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리는 그동안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고 배웠다. 단 그 개입의 정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항상 뒤따랐다. 심각한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르게 돼 있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정부가 안정 대책을 세울 수는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아예 이에 역행해 가격을 2~3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경제의 기본 원리를 어느 정도 배운 사람이라면 나올 수 없는 언급이다.


집값을 내리겠다는 가장 큰 이유도 시장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위화감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 효과를 고려했다기보다는 국민 정서에 맞춘 정책 목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그동안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긴 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해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가격 통제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원상회복 발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본인 소유의 집이 있든 없든 우리나라 가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부동산이다. 그만큼 집값은 온 국민의 관심사다. 주택 가격 변동은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넓게는 금융과 거시 경제 전반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한다. 집값이 2~3년 전으로 '원상회복'됐을 때 경제적으로 어떤 파급효과가 발생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일부 서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 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고삐 풀린 듯 검증되지 않은 정책안을 쏟아내고 있다. 강도도 더 세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하자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기어이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매매 허가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들은 위헌 소송에 휘말려 있다. 12ㆍ16 부동산 대책 중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항이 대표적이다. 헌법상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정책으로 지금은 실수요자들조차 마음대로 이사를 못 하는 상황이다.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듯한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 그것이 곧바로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 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줄 경우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제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투자 활성화와 혁신 성장을 그렇게 외치지만 기업가들이 냉담한 것은 바로 이런 우려 때문이다.


경제학자 누구도 시장경제를 완벽하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이를 채택한 것은 흠결은 있지만 이보다 나은 제도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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