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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5·18 40주년에 맞는 '연극의 해'

최종수정 2020.01.14 12:57 기사입력 2020.01.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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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연극의 해'다. 국립극단이 올해 창단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는 의미다. 올해는 또한 5·18 40주년이기도 하다. 5·18 40주년에 맞는 연극의 해는 뭔지 모를 거대한 울림이 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불편한 너와의 사정거리'는 5·18 트라우마를 겪는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5·18 때 아버지를 잃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그는 중학교 국사 선생님, 군대 시절 자신을 괴롭힌 고참, 자신이 만든 첫 영화에 대해 혹평한 비평가에게 복수하는 꿈을 꾼다.


복수의 방식은 꽤 폭력적이다. 아무리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하더라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이 당한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주인공은 찌질하고 한심해 보인다. 그 잔인한 폭력 속에 아내의 불륜이 겹쳐진다. 극은 불편하기 짝이 없게 전개된다.


하지만 극은 마지막에 묘한 반전을 보여준다. 비로소 연출이 왜 그렇게까지 주인공을 한심하고 찌질한 인물로 표현했는지, 왜 폭력과 불륜을 다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어떤 폭력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연극은 민주 정치가 꽃핀 그리스에서 싹을 틔웠다. 기원전 5세기 무렵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축제에서 '그리스 비극'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 연극을 관람한 광장 '아고라'는 토론의 장이며 민주 정치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연극은 태생적으로 정치를, 더 나아가 인권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 연출가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연극은 검열이 어려운 예술 장르다. 영화의 경우 마음에 안 들면 필름을 잘라버리면 된다. 하지만 연극은 배우가 무대에 올라 하고 싶은 말을 대사로 해버리면 된다."


올해는 유독 정치와 인권을 다루는 연극이 많을 듯하다. 그러나 비단 연극 무대만은 아닐 것이다.


M발레단은 지난 11~12일 1980년대 배경의 '오월바람'을 공연했다. 다음 달 22일에는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1987년 배경의 창작 뮤지컬 '봄을 그대에게'가 개막한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오는 5월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어요'로 민주화 역사를 재조명한다.


큰 욕심 없이 많이 보고 들으면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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