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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차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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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차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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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는데 어떻게 기득권의 반발을 이겨냈습니까?" "늘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혁신뿐이라는 생각으로 정진하고 도전했습니다." 지난 6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핀란드 오타니에미 혁신단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질문하자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이 답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핀란드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효율적 운영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적인 사회ㆍ경제적 인프라를 차곡차곡 준비해가고 있다. 핀란드는 과감한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학생들에게 혁신 창업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노키아 몰락의 위기를 극복했다. 또한 이미 2016년부터 정부ㆍ공공기관ㆍ국내외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통합 플랫폼 서비스를 시행해 모빌리티산업 혁신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기술에 의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현실과 가상세계의 융합, 소비자의 다양한 잠재적 욕구 발현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산업군과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고, 유용성과 편의성에 기반한 소비자의 선택은 필연적으로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야기한다.

사실 '충돌'이라는 표현도 특정 시점의 찰나적 표현일 것이고, 정확히는 산업적 적자생존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이렇듯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기존 전통 산업과 신산업 간의 산업 전반에 걸친 경쟁과 이에 의한 사업 구조 변화를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경제 구조와 문화적 규범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제 막 역에 도착한 4차 산업혁명의 기차를 타느냐 외면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사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어떤 국가는 이미 앞선 기차를 타고 떠났고, 어떤 국가는 승차 여부를 망설이고 있으며, 또 다른 국가는 포기할 것이다. 진부한 사례이나 꼭 다시 언급하고 싶다. 1861년부터 무려 30여년간 시행된 '붉은 깃발법(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은 자동차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위기에 몰린 마차업자들의 항의에 의해 기존 마차산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당시 영국 정부와 사회가 결정한 이 정책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잘못된 정책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조롱받고 있다. 아마도 당시 영국 의회와 정부의 미래 변화에 대한 혜안 부족은 표면적 이유일 것이고, 영국 사회의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과 일시적인 고통의 회피가 본질에 가까운 원인일 것이다. 150여년이 지난 지금, 붉은깃발법이 전혀 남의 일 같지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경우 전체 병원의 50% 이상이 원격 의료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의 원격 의료는 이해집단의 반발로 20년째 시범 사업에 머물고 있다. 모빌리티산업 혁신 속도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에 대해 정부는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산업 혁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원칙적 입장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몇 개월 전 핀란드에서의 질문과 대답은 비교적 명쾌한 것이었고, 이제 남은 과제는 실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모범답안이 나와 있음에도 마음이 급한 이유는,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확한 미래로 가는 기차가 이제 몇 대 남지 않아서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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