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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램프의 거인' 北核,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최종수정 2019.10.08 11:13 기사입력 2019.10.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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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는 것은 램프의 거인이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다."


이달 초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위원이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북한이 핵무기 기술을 완성할 경우 국제적 핵 확산이 불가피해진다는 우려였다.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해 원하는 국가들에 핵무기 제조 기술을 판매할 것이 뻔하고,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들마다 핵무기가 가득 들어차게 된다는 뜻이다. 드론을 이용한 정유 시설 폭격으로 발칵 뒤집힌 중동에서도 핵무기를 들고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달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이 핵무기의 월마트나 아마존이 될 수 있다"며 '핵 확산 도미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북핵 문제의 심각성은 여타 국가들과 다르다. 당장 한국은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정치ㆍ군사ㆍ외교적으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미국의 핵우산에 언제까지 기댈 것이며, 과연 그 우산은 믿을 만한가, 제때 펴질 것인가라는 불안은 우리 국민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이미 재래식 무기의 대치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마당에 북한의 핵무장은 더 높은 차원의 '안보 불안'을 의미한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북핵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오버홀트 연구위원은 이날 강연에서 '단계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북ㆍ미 모두 서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때문에 그는 당장 서로 간 수용 가능한 주고받기식 거래(quid pro quo), 즉 행동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는 작은 합의를 시작으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더 큰 합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10~15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오랜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물론 미국 내에 이런 온건한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경파가 다수다. '슈퍼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처럼 북한 정권 교체와 군사적 옵션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북ㆍ미 협상 노 딜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조차 다른 북ㆍ미가 정상 간 결단도 없이 열린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양측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후 지금까지 비핵화에 대한 정의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 접근조차 없는 상태였다.


'새 계산법'에 대한 양측 정상 간 '언질'만 오간 채 기대감만 품고 만났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포괄적 합의ㆍ동시적 병행적 실천'과 북한의 '단계적 해법'이 맞서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하는 핵 시설 폐기 및 우라늄 농축 중단과 일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끼어들 틈은 이번에도 없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실무협상이 열렸다는 그 사실 자체다. 양측 다 '시간 제약'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가설이 이번 실무협상으로 입증된 것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추진으로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인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적 부흥을 위해서는 국제 제재 해제가 절실하다.


이번 스톡홀름 노 딜만으로 북핵 협상의 진로를 예상하기는 이르다. '램프의 거인'이 탈출하기 전까지 아직 시간과 희망이 남아 있다. 다만 북ㆍ미 모두 남은 시간은 촉박하다. 북ㆍ미 간 줄다리기는 앞으로 2~3주 동안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만약 진전이 없다면 북핵 협상의 골든타임은 그냥 지나가버릴 수도 있다. 핵 위협이 연장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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