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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화웨이, 그리고 법과 윤리사이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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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 청문회장에 존 서퍽 화웨이 글로벌 사이버보안&프라이버시 총괄책임사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의 보안 문제를 검증하기 위한 자리였다.


청문 과정에서 노먼 램 과기위원장이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감시를 위해 화웨이 장비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퍽 사장의 답변은 "제3자(3rd party)를 통해 공급한 것으로 화웨이는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를 이어 영국 과기위 의원들의 화웨이의 기업 윤리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한 의원이 서퍽 사장을 향해 "도덕적이지 못하다(You're a moral vacuum)"며 거친 언사를 사용하자 서퍽 사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감시 실태는 지난 2월 네덜란드의 인터넷 보안 전문가 빅터 게버스의 폭로로 드러났다. 중국의 한 IT 업체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민 250만명을 실시간으로 도감청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가 외부로 유출되면서다. 해당 DB에는 주민들의 이름, ID 주소, 생년월일, 위치 정보 등이 담겨 있었다.


최첨단 감시 카메라와 얼굴 인식 기능까지 총동원됐다. DB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들의 통신 내역을 모두 감청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통화, 문자 등이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이를 소수민족 탄압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위구르족 탄압에 화웨이 장비가 사용됐다는 점은 결국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활동이 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경우 25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위구르족 감시 사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대, ICT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핵심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개인정보다. 때문에 ICT 기업들의 기업 윤리는 일반 제조업체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를 향해 "기업비밀을 빼간다"고 공격하는 미국 측도 자유롭지는 않다. 2013년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프리즘 프로젝트'를 폭로했다. 미국이 각국 정부를 상대로 방대한 개인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내용이다. 총 33개국에 걸쳐 수집된 정보에는 주요 인사들의 내밀한 통화내역, 이메일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우리나라 역시 대상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 당국은 테러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집된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미국 정보 당국만 알고 있을 뿐이다.


태생부터 영리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과도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우리는 법과 도덕성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하지만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대명제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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