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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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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는 관대해지고 싶다. 반대로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십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또는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국내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행어로 회자된다.

정쟁과 경쟁을 하는 인간 사회에서 이중 잣대 논란은 항상 불거진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경제적 변화, 기술의 발전, 경험, 사람들의 인식 변화다. 내로남불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항상 바뀐다. 내로남불의 어원에 가까운 '불륜'의 법적 처벌 근거였던 간통죄가 시대상의 변화로 폐지됐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여전히 불륜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이지만 구시대의 잣대와 기준으로 현대를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적으로 정리된 셈이다.
최근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어오며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천지를 함께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 것은 물론이다. 함께 참석한 고위 당국자들의 함박웃음도 볼 만했다. 이 같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배경은 현 정부가 김 위원장의 독재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한 남북, 북ㆍ미 대화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쏟아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칭송과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변하고 있는 북한에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여권의 설명도 일리가 있다. 통일이라는 '대의(大義)'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과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과거만 고집하고 있다면 북한과의 대화는 영원히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시선을 기업들로 옮겨보자. 비슷한 상황이다. '적폐'로 지목된 기업과 총수들이 있다. 세대를 거쳐오며 그들도 많이 바뀌었다. 일감 몰아주기, 불법 승계는 이제는 꿈도 꾸지 못할 시대가 됐다. 경제계도 이에 맞춰 변하고 있다. 기업마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강화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정에 맞춰 지분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재정비하고 있다. 변하고 있는 경제계에도 새 시대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잣대로 기업=적폐라는 인식과 고집만으로는 범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면 고용도 없고 성장도 없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놓고 경제계의 반발이 심하다. '적폐들의 항변'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진솔하게 들어줄 필요가 있다. 여권 정치인들이 북한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몇 분의 일만큼이라도 기업들에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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