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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두발자유화, 기대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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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머리 모양 하나 마음대로 못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꿈과 끼, 무엇인들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겠어요?"

"중학생이 지금도 염색한다, 탈색하겠다 매일 노래를 부르는데, 모두 허용한다고요? 그나마 학교에서 못하게 하니 안하고 있는건데…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제아무리 학생이라도 머리 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며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용모에 있어 개성을 실현할 권리 또한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했다.

학교 현장에선 즉각 찬반 의견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 두발 규제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데 공감하고 학생들이 두발을 통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존중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물론 학교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나 의무는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놓고 자칫 경제적 위화감이 생겨나지는 않을지 걱정 또한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두발' 허용 범위를 공론화에 부치겠다고 한 배경에는 우리사회에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감을 갖게 하는 '민주시민' 교육을 실현할 때가 됐다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두발 자유화 자체는 6년 전 제정된 서울 학생인권조례 조항에도 포함돼 있는데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관행적인 두발 단속과 제한은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어 전혀 새로운 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이 충분히 논의하다 보면 극단적으로 방만해지기 보단 스스로 결정하는 자정능력이 발휘될 것"이라며 "중요한 건 합의 과정이고, 만약 공론화를 통해 규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이 나면 이 또한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학생들의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용의복장의 자유를 약속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몸소 배우게 해주고 싶다는 그 취지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제 내년까지 각 학교별로 학생생활규정(학칙) 개정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각자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반영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두발 자유화 논의는 현재 공론화가 진행중인 '편안한 교복'이나 앞으로 또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는 학생들의 화장 허용 문제와도 모두 연관된다.

다만 두발 규정은 각 학교가 정할 문제인데도 조 교육감이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모양새가 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자율과 학생자치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교육감 스스로가 학교자율권을 무시하고 결론부터 공표한 공론화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현장의 지적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사회부 조인경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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