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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국민청원, 정말 국민의 뜻 대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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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당 법관을 처벌해 달라는 요구부터 올림픽에 출전중인 선수를 대표팀에서 빼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맡았던 정형식 판사 관련 청원은 25만명이 서명해 청와대가 답변했고 평창올림픽에서 물의를 일으킨 여자 빙상 선수들과 관련한 청원은 56만명이 서명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인민재판', '마녀사냥' 등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황당한 청원도 많다. 통근 기차가 수시로 멈춘다, 회사서 부당하게 해고 됐다는 개인 민원부터 초중고에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 해달라는 청원도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정혁신 판사 관련 청원에 답변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청와대가 재판에 관여하거나 판사를 징계할 권한은 없다며 사법권 독립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이후가 문제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국민청원에서 나타난 국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사족을 붙였다.

답변을 맡은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청원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이 가볍지 않은 만큼 모든 국가권력기관들이 그 뜻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여론재판을 주문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번 재판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이 같은 답변은 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갖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국민청원에서 청와대의 답변 기준은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서명과 국정 현안으로 분류된 청원이다. 일단 요건은 충족됐다. 한달도 채 안돼 25만명이 서명했고 현 정부 최대의 국정 현안인 '국정 농단' 사태의 주요 재판 중 하나인 만큼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25만명의 서명은 모든 국가권력기관들이 그 뜻을 경청해야 하는 다수의 여론인가 하는 문제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하려면 주요 SNS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야한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이다. 국내 SNS 사용 현황을 살펴보자. 시장조사업체 앱에이프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월단위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서비스는 네이버의 '밴드'다. 매달 1500만~1600만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위는 페이스북으로 매월 1300만~1500만명이 사용한다. 카카오스토리는 3위로 역시 1300만~1500만명이 사용중이다. 가입자 기준이 아닌 매월 사용 수치를 놓고 낸 통계다.

중복가입자를 고려한다면 약 1500만명 정도가 국민청원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국민청원 답변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요 SNS 서비스를 매번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 1500만명 중 20만명. 환산하면 1% 정도의 의견이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 중 '국민청원'과 관련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해당 청원에는 동조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난 숫자만으로 '국민의 뜻이 가볍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 여자 빙상 선수들과 관련한 청원은 전체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 중 약 3.7%의 의견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서비스를 시작한 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이슈를 즉흥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 차분한 숙의 과정을 건너뛰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곱씹어 봐야 하는 대목이다. 1%, 3%의 의견도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국민정서의 바로미터라 판단하고 즉흥적 답변을 할 경우 직접민주주의의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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