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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외침과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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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벨 말기 암환자 외침에 심평원과 병원 응답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970~80년대 엄혹했던 군부시절. 국민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생명까지 내던진 외침에 무관심과 폭압으로 대응했다. 절절한 국민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는 정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올해 초 수천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들었다. 박근혜 정권은 응답하지 않았다.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오프라벨 처방(허가외 사용)에 대한 외침이 곳곳에서 들린다. 말기 암환자들의 피 끓는 목소리들이다. 3세대 항암제로 부르는 면역 항암제 사용이 엄격지면서 부터다. 지난 8월21일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비소세포폐암에 한해 급여확정이 고시됐다.
그동안 허가외 처방을 받아왔던 다른 암종의 환자들의 경우 오프라벨 처방이 막혀 버렸다. 오프라벨 처방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의 다학제위원회와 사전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학제위원회는 여러 전문의가 모여 치료 방법에 대해 논하는 자리이다. 사전승인은 오프라벨 처방을 할 것인지 미리 승인받으라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만큼 철저하자는 것이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말기 암환자들에게도 효율적일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4기 간내담도암을 앓고 있는 김 모 씨(65)는 메일을 통해 "다학제위원회 심사와 사전승인 제도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말기 암환자들에게 효율성 있는 제도인지 되묻고 싶다"며 "하루를 예측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들에게는 비합리적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일선 병원에 오프라벨 처방을 할 때 다학제위원회와 사전승인 제도를 도입하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병원으로서는 그들을 관리하는 심평원의 명령을 거부하기 어렵다. 김 씨는 "병원은 심평원 눈치를 보고 심평원은 의료진이 최종책임을 피하기 위해 심평원을 걸고넘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며 "그 중간에 말기 암환자와 보호자들만 죽어나가는 시스템"이라고 항변했다.
4기 전이암을 앓고 있는 송 모 씨(47)는 "(면역 항암제의 허가 외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주치의 격인 종양내과 전문의가 환자와 정밀 상담을 통해 '유의미하다'라고 인정되면 최대한 빠르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다학제 논의는 이 상황에서 정말 쓸데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말기 암환자가 '강력하게~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이 외침에 심평원과 일선 병원이 응답할 차례이다. 피를 토하고 있는 말기 암환자의 외침을 무관심으로 방관할 것인가.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만 되뇔 것인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가쁜 숨을 내쉬며 죽어갈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정종오 산업2부 차장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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