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꼭 그래야만 했을까. 국방부 재정관리단은 지난 4월 군에서 자살한 고(故) 최 모(사망 당시 일병)의 유가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망한 이후 최 씨의 급여 통장으로 지급한 4개월 치 월급 33만5000원 때문이다.
상황은 이렇다. 최 씨는 2008년 6월 선임병들의 구타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부대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방부는 두 달이 지나서야 최 씨의 사망을 군의 책임이 없는 '일반사망'으로 분류했고, 이후 제적 처리도 두 달후에 마무리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재심 청구 끝에 지난해 최 씨의 사망을 일반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이 사이 군은 최 씨의 급여 통장으로 4개월 치 월급 33만5000 원을 지급했고, 유가족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국방부 재정관리단은 사망 4년이 지나 유가족에게 초과로 지급된 월급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자식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이젠 유가족을 우롱하느냐"며 반환을 거부했고, 결국 국방부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국방부 재정관리단측은 "예산에 채권으로 분류된 항목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행정소송 효력을 유지할 수 없어 소송이 불가피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했지만 관련 법규와 규정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지자 소송을 취하하고, 유가족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이 소송을 처음 알린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국방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가족이 최 씨의 월급을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남의 귀한 자식을 데려가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놓고 부모를 상대로 소송까지 내는 건 파렴치하다. 꼭 받아야겠다면 내가 대신 낼 테니 자식 잃은 부모 그만 괴롭히고 국회로 오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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