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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과학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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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기업가정신 위한 교육개혁 서둘러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올해 이상문학상은 구효서의 '풍경소리'였다. 주인공 '미와'가 삶의 의미를 성찰해 가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말하는 풍경은 풍경(風景)일 수도, 풍경(風磬)일 수도 있겠다. 풍경(風磬)은 또 다른 말로 '풍탁(風鐸)'이라 부른다.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을 말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새가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밥 먹을 때마다 울린다. 미와는 주지와 보살 등 산사의 風景을 보며 風磬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미와는 '왜?'라고 묻던 것에서 '그렇군'이라고 반응하는 자신의 변화를 느낀다.

최근 과학을 두고 온갖 소리들이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를 해체해야 된다. 과학은 분리해야 한다. 특정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왜?'라고 반응한다.
그동안 과학과 관련된 정부조직이 없었나? 연구자들이 부족했나?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어들었나? 답은 '아니다'이다. 정부조직도 있었고 연구자도 많았고 R&D 투자는 확대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과학계는 '그렇군'이라고 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소리'는 그동안 크게 세 가지에 주목해 왔다. '도전, 유연, 독립'이라는 목소리였다. 정부출연연구소는 이 소리를 받아들여 융합연구단을 만들었다. 큰 프로젝트를 두고 여러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도전적 과제에 대해 유연하게 모여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이다. 문제는 여기에 또 하나의 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다.

미국 벤처 캐피탈업체인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이 2011년 조사한 것을 보자. 스탠포드대학 동문이 만든 회사는 총 3만9900개. 이들 기업이 독립 국가를 형성한다면 세계 경제 규모는 10위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학생 때부터 창업에 대한 열기가 넘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가 정신은 크게 두 가지. 이윤 창출과 사회적 책무이다. 돈을 벌었으면(이윤) 사회에 책무(환원)를 다하는 게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줄 서기' 교육부터 받는다. '1등 주의'를 강요받는다. 창의성은 설 자리가 없다. '1등 주의'는 권력욕으로 빠져든다. 대학에 들어가면 고시공부에 뛰어든다. 창업하는 것보다 관료가 되는 게 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을 적나라하게 챙기는 기업은 있어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권력 앞에서만 책무를 다하기 때문이다. 관료와 기업의 유착관계로 이어진다. 기업가정신이 없다. 온갖 과학소리가 난무하고 있는 지금, 정작 가장 중요한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한 교육개혁은 빠져 있어 안타깝다.

교회든, 산사든, 성당이든, 조용한 그 어떤 곳이든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여보자. 무엇이 과학소리인지. 언제쯤 '왜?'가 아니라 '그렇군'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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