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저도 잠시 뿐이다.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이 주자는 형식적인 인사와 악수만 건넨 채 이내 옆 부스로 줄행랑친다. 더 많은 기자를 만나 눈도장을 찍으려는 모양새다. "조만간 인터뷰라도…." 어렵사리 입 밖으로 끄집어낸 말이 공허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당장 이 정치인부터 '국가 대청소' '혁명' 등의 단어를 쏟아내고 있다. 대대적인 변화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들이다. 대척점에 서있는 다른 유력 후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 대통합'을 내세우지만 제대로 된 검증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정확히, 시작도 하지 않았다. 금품 수수설 등 루머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은 숨 가쁜 격변의 해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는 '치킨게임'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론이 나고, 조기 대선과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통제만 맞은 조선·해운·철강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은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아플 것이라고 한다. 시계 제로인 기업들은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태풍을 몰아칠 기세다.
대권주자들은 올해도 마부위침(磨斧爲針)·사불범정(邪不犯正) 등 다양한 신년 사자성어를 쏟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건 "돈도 실력이야"라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외침뿐이다. 젊은이들이 꿈을 담아낼 청사진마저 상실한 정유년을 맞는 마음이 유난히 무거운 이유다.
오상도 정경부 차장 s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