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위 경제팀 비공식회의가 그곳에서 열려온 것도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적 특성 때문이라고 하니, 보일락 말락한 모습이 무척 닮아 보인다.
그런 서별관이 최근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지난달 초까지 청문회 등을 이유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이후 세간에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득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서별관회의의 문제점을 지적받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 금융당국 수장이 떠올랐다. 그의 소신도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는 정부 분위기에는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서별관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꺼리는 장소가 되고 있다. 한때 청와대 직원들의 종교 모임이 서별관에서 열렸다. 그러나 회의가 질타의 대상이 되면서 '부정한 곳 아니냐'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종교모임은 장소를 바꾸고 말았다.
서별관회의는 우리 경제와 영욕을 함께 했다.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 문제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1997년 문민정부 때는 금융개혁 조치가 이 회의에서 결정되기도 했다. 당시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만나 재무부 출신이 맡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자리를 한은에 양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950년 설립 이래 줄곧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불린 한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게 이 때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가 전한 서별관에 대한 애착은 남달라 보였다.
서별관 회의는 지금이라도 다시 열려야 한다. 허심탄회한 대화로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추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다. '밀실'이라는 비판은 속기록을 남기면 된다. 그래야 대통령이 움직이고, 국민이 안심한다.
최일권 정경부 차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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