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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중국의 새로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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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치고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지난달 내내 기승을 부린 폭염이 물러가고 갑자기 시원한 가을 하늘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자동차 통행과 공장 가동을 제한하자 우리나라의 공기 질까지 개선됐다는 다소 억지스런 논리여서 피식 웃고 넘겼다.

최근 G20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 항저우를 직접 찾았다. 밤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항저우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중국의 국제행사가 우리나라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 불현듯 떠올랐다. 항저우 시가지 모습이 중국하면 떠오르는 도시 이미지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공해에 찌든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시가지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도 보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니 광경은 더욱 낯설었다. 어딜 가나 만원 인파에 이리저리 치이는 게 중국 시내선 다반사지만 G20을 앞둔 도시 모습은 자동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는 유령도시 같았다. 거리도 깨끗했다. 이 모두가 G20 정상회의가 만들어 낸 모습들이다.

중국정부가 항저우 G20정상회의에 쏟은 관심은 각별했다. 중국이 갖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전력을 쏟은 흔적이 역력했다. 교통의 원활한 흐름과 불미스런 사고를 막기 위해 항저우 시내에 거주하는 인구 700만명 가운데 무려 200만명을 시 외곽으로 내보냈다.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항저우가 속한 저장성 내 관광지를 무료로 개방하기도 했다. 또 항저우에 있는 직장 사무실, 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해외에서 온 유학생에게는 이 기간에 중국을 떠나 있으라며 비행기 표도 지원했다. 14억이라는 어마한 인구를 가진 중국이지만 행사 기간 동안 거리에서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을 정도였다.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자동차도 엄격히 단속했다. 매연이 많이 발생하는 화물차는 행사 20일 전부터 항저우 시내 출입을 통제했다. 식당도 도시가스를 공급받는 곳만 영업을 허가하고 액화석유가스(LPG) 연료통으로 불을 때는 업소는 행사 기간 동안 문을 닫게 했다.
방송 매체에서는 '신호등과 차선 지키기' 같은 시민의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 매일 반복으로 상영됐다. 공사가 진행 중이던 지하철은 행사장 주변 몇 개 역만 먼저 영업을 허용하고 운행을 시작했다. 오죽햇으면 항저우 시민들은 "유사 이래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중국이 G20이라는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얻은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추진력과 시민들의 단합일 것이다. 행사를 치르기까지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었지만 국가는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민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국가의 일원으로 도움이 됐다는 점을 뿌듯해 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중국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최일권 정경부차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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