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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변양호 신드롬, 강만수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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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고 있노라면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검찰 수사가 떠오른다. ‘국민적 분노’를 동력 삼아 거침없이 수사하는 모양새가 흡사하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론스타에 팔아넘긴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검찰은 국민적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희생양을 찾았다. 그렇게 구속된 사람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있으면서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였다.

세계 3위 조선회사를 망가뜨린 주범을 찾는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대우조선 전·현직 사장 3명을 비롯해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전직 회장 3명, 유력 언론사 주필, 홍보대행사 사장, 바이오업체 대표 등이 다양한 혐의로 구속됐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자본 시장을 담당하는 기자의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은 대우조선으로부터 54억원을 투자받았다는 바이오업체와 관련된 부분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업은행 회장으로 있을 때 대우조선이 바이오업체에 투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강 전 장관은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고 투자를 권유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권유인지 강요인지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서 검찰 수사의 후폭풍이 감지된다. 변양호 대표 구속 이후 공직자들이 훗날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 ‘변양호 신드롬’이 생겨났듯이, 바이오업체와 관련된 강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강만수 신드롬'을 낳을 수 있다.

검찰이 바이오 기업 대표의 투자유치 활동을 사기라고 규정하는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 돈이 없어서 회사가 부도날 지경인데 대표이사가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가. 오히려 그게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린 직무태만이고 배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회사로 주목받고 있는 테슬라 이전에도 미국에는 비슷한 전기자동차 회사들이 있었다. 석유 없이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과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야심차게 전기자동차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주된 이유는 양산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돈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생기업들은 펀딩으로 끌어 모은 투자금을 기술개발에 쏟아 부은 탓에 운영자금이 바닥나 힘겨운 보릿고개를 맞는다. 테슬라도 기술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 테슬라가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페이팔’ 지분을 팔아 슈퍼리치가 된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사재를 털었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일론 머스크가 아닌 다음에야 투자 제안서를 만들어서 투자자를 찾아 나서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가 대박을 칠 지, 쪽박을 찰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투자의 신’이라고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라고 해도 투자하는 족족 성공하는 건 아니다.

부실 기업에 빨대를 꽂아서 단물을 빨아 먹은 사람들은 단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투자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이나 기관이 투자에 몸을 사린다면 우리 산업 생태계의 토양은 더 척박해질 것이다. 불모의 땅에서 어렵게 싹을 틔운다 해도 충분한 물과 태양이 없다면 얼마나 성장하겠는가.




황진영 증권부 차장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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