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그날은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416일째 되던 날이었다. 신임 대통령 입장에서 세월호참사는 그의 원대한 경제발전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예고하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민생과 세월호는 별개 사안으로 분리돼야 하고 서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세월호가 정치적 블랙홀이 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을 앓고 소비가 주춤했을 때 최고 지도자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왜 경제만을 이야기하는가.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헬조선이 헤븐조선으로 바뀌는가. 우리 모두는 아이들에게 취업 걱정 없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 동시에 안전한 나라도 물려주고 싶다. 자본의 탐욕이 언제 어디서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을지 몰라 두려워해야 하는 그런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두 가지 가치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지배가치라는 게 있지 않은가. 지금 이 나라는 어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 돈인가 목숨인가. 최소한 균형이라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세월호참사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라고 알려준 것 아닌가.
아무리 늦었어도 진상규명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새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작업마저 실패할 경우 우리는 세월호 3주기, 4주기에도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라면 일자리가 아무리 많은들,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돌파한들, 감히 정상이라 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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