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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불황은 노사관계 리트머스시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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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김홍렬 코오롱(현 코오롱인더스트리) 노조위원장은 일본 기업이 코오롱의 납품물량을 줄이고 거래선을 중국이나 대만으로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을 찾았다. 그는 일본 쪽 관계자를 만나 "우리 밥줄을 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이에 일본 기업은 코오롱과의 거래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당시 경제계와 노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코오롱은 이전만 해도 노사관계가 최악의 사업장 중 하나였다. 2000년대 초 화섬업계의 전방위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반대투쟁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적자를 냈다. 2004년에는 노후 설비 폐기에 반대하는 노조가 64일간 장기파업에 들어가 1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78명의 정리해고 문제로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가 불법 집회와 폭행을 주도하고 회장 자택에 침입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6월과 2006년 4월 사측의 정리해고가 회사의 경영 악화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잇달아 나오면서 노조는 변하기 시작했다.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상급단체(민주노총)가 해 준 것이 없고 회사가 없어지면 일자리도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김씨는 2006년 10월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직후 노조집행부를 구조조정하고 90여개 거래처 사장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사죄하는 편지를 보냈다. 조합원 95%의 동의를 얻어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이어 2007년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노조는 항구적 무분규 선언 이후 10여년 만인 올해 1월에는 노사가 한몸이라는 상생동체(相生同體) 선언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심화되자 노조가 먼저 기업 경영위기 극복과 노사 상생동체 문화 실현을 위한 '상생혁신태스크포스(TF)'의 조직 구성을 제안하고 실천을 주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는 불황일 때야말로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호황기에는 노사관계가 양호했을 지라도 불황기가 되면 경영자는 직원에게 좋은 말만 할 수 없게 된다. 이마모리 창업주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인간관계, 직장풍토가 만들어져 있는가를 이 시기에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불황은 '노사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불황을 직장의 인간관계를 직시하고 그것을 재구축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 경영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면서 노조와 회사의 과도한 대립과 갈등은 글로벌시장에서 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변할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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