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은 이전만 해도 노사관계가 최악의 사업장 중 하나였다. 2000년대 초 화섬업계의 전방위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반대투쟁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적자를 냈다. 2004년에는 노후 설비 폐기에 반대하는 노조가 64일간 장기파업에 들어가 1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78명의 정리해고 문제로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가 불법 집회와 폭행을 주도하고 회장 자택에 침입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6년 10월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직후 노조집행부를 구조조정하고 90여개 거래처 사장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사죄하는 편지를 보냈다. 조합원 95%의 동의를 얻어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이어 2007년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노조는 항구적 무분규 선언 이후 10여년 만인 올해 1월에는 노사가 한몸이라는 상생동체(相生同體) 선언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심화되자 노조가 먼저 기업 경영위기 극복과 노사 상생동체 문화 실현을 위한 '상생혁신태스크포스(TF)'의 조직 구성을 제안하고 실천을 주도하기로 했다.
기업 경영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면서 노조와 회사의 과도한 대립과 갈등은 글로벌시장에서 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변할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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