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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길 잃은 정치인, 살길 찾은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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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정치경제부 차장

신범수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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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올겨울 가장 눈에 띄는 정치인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름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있었다. 둘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에 맞선 간 큰 정치인으로 자주 비교된다. 그들은 정치적 매장을 감수하고 삼권분립과 헌법정신,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올겨울 전혀 반대 방향에서 눈에 띄는 정치인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될 듯하다. 안 의원은 향후 2년간(혹은 7년간) 현 집권세력의 독주가 지속될 기반을 제공했다는 야권 지지자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 대표는 여당이 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성장할 기회와 자신의 대권 욕망을 맞바꾼 정치인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장이 3선에 성공한 직후인 2004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부유한 의사이면서 정치를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사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나라를 위해 바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뚜렷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직권상정 압박에 맞서다 미운털 단단히 박힌 그가 자신의 정치관을 실현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안해 보인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으로 찍혀 사퇴압박을 받던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처지다. 안 되면 무소속으로 재기할 수 있겠으나 '지엄한 가치'를 홀몸으로 지켜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안 의원의 탈당에 가세하는 인사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100석을 자신한다는 말은 과장이라 해도 교섭단체를 꾸려 훗날을 도모할 순 있을 것이다. 안 의원과 그의 신당이 이제라도 구체적 비전과 정책 청사진을 내놓는 세력으로 성장할 것인지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그가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을 노릴 기반을 마련한다면 지금의 탈당 결정은 최소한 본인에게는 득 되는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확실한 미래와, 당장의 야권분열ㆍ총선참패ㆍ정권교체 실패라는 시나리오를 맞바꾼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김 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대표'를 표방했지만 갈등 국면에서 번번이 꼬리를 내렸다. 유 전 원내대표 방으로 사약을 배달하고 그는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부친 친일 논란에 대응하던 모습이나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면서 그가 내세운 논리들, 연탄 피부색 같은 실언을 해명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의 가벼움을 반복해 확인했다. 무엇을 하든 일단 '살고 봐야' 훗날도 도모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을 되새긴다면, 그 역시 올 한 해 나름대로 성공적인 선택을 해 온 것인지 모른다. 어떤 정치인들은 길을 잃고 어떤 정치인들은 살아남아 기회를 잡았다. 2015년이 그렇게 가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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