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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거래소,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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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고층 빌딩 사이로 부는 강바람이 매서워 체감 온도를 더 떨어뜨린다. 올해는 이 칼바람이 더 시리다. 업계의 주수익원인 주식 거래는 좀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은 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거래부진은 증권사들의 수익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해 몇천억원씩 흑자를 기록하던 대형 증권사들마저 적자로 돌아서는 지경까지 몰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직원의 4분의 1을 구조조정하는 증권사가 나오는가 하면 아예 문을 닫게 생긴 곳도 나왔다. 중견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은 한두 회사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주말 현대증권이 공식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M&A) 시장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공식 매물로 나온 대형 증권사만 벌써 둘이다. M&A가 되면 인력 구조조정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해마다 이맘때면 화제가 되던 연말 성과급 대신 긴축 얘기만 들린다. 사람까지 줄이는 판에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겠다는데, 딱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힘들다. 사업부별로 내년 예산을 30~40%씩 줄여서 올리는 게 예사라고 한다.

한 대형증권사 사장은 "올해가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가장 어려웠는데 내년은 더 어려울 지 모른다"고 요즘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심리가 업계 전반을 휘감고 있다 보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 보다 최대한 움츠리며 버티기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시장참여자들뿐 아니라 한국거래소(KRX)를 비롯한 시장의 인프라격인 증권유관기관에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가 하면 직원들의 연차 사용까지 독려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있다. 증권사들로부터 회비를 받는 금융투자협회나 거래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거래소 입장에서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호황때처럼 돈을 쓰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고통분담 차원에서라도 허리띠를 같이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비용절감이 최선일까. 시장 참여자들은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게 목표지만 거래소 같은 인프라 기관들의 목적은 다르다. 수익을 최대한 많이 내는 게 아니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인프라 기관들의 역할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양적완화(QE)란 이름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경기가 죽은 후에는 헬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도 회복되기 힘들다며 무제한 발권력을 마음껏 이용했다. 덕분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비교적 빠른 시간에 회복을 할 수 있었다. 당시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 사상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미국증시도 없었을지 모른다.

최경수 이사장 체제를 맞아 한국거래소가 최근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취임 100일을 맞는 내달 9일이면 최경수호의 마스터플랜이 공개된다. 이 계획의 주된 내용이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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