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에선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풍습이 있었다. 낚시꾼은 먼저 가마우지의 긴 목에 끈으로 묶어 죈다. 그 다음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으면 곧바로 물고기를 가로채는 방식이다.
낚시꾼은 하는 일 없이 가마우지만 기다리면 된다. 가마우지 여러 마리를 사육하면 낚시꾼은 손쉽게 어망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딱 그런 꼴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 경제학자들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틀리지 않다. 지난 1965년 한일수교 이후 올 10월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모두 4837억2340만7000달러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 50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교 이후 단 한번도 일본과의 무역거래에서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일부 일본 경제학자들이 한국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폄훼할 만하다.
일본경제가 가마우지가 잡아오는 어획량으로는 성이 안찬 듯 직접 물고기 잡이에 나섰다.
엔저(低)라는 새로운 낚시법을 습득, 전 세계 바다에서 물고기를 쌍끌이로 잡아들일 태세다. 엔저는 일본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린다.
새로운 낚시법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일본산 자동차다. 2009년 도요타 대규모 리콜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허덕여 왔던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엔저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지난달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은 모두 17만8044대. 이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1%나 증가한 것이다. 닛산 역시 11%나 판매가 증가했다.
보다 큰 문제는 엔저가 자동차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품목 55개가 중복된다. 55개 품목이 차지하는 수출비중은 50%가 넘는다. 이들 모두 엔저의 사정권 안에 들어 있다.
엔저를 단순히 환율의 문제로 보거나, 일본 정치권의 권모술수 정도로 여기면 오산이다. 엔저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일 무역적자 폭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50돌을 맞는 '무역의 날'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가마우지 경제'에 이어 '엔저 경제'라는 비아냥을 들어서는 안된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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