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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어느 고독사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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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온라인뉴스부장

김동선 온라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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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군의 첫 해외 파병은 베트남전.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여간 32만명이 파병됐다. 베트남전 파병은 개발 시대에 미국의 군사·경제적 원조를 끌어들여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냉전시대에 개발비용의 충당을 댓가로 용병을 파견한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올해 예순 일곱의 유모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베트남 참전용사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이후 고엽제 후유증으로 보훈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미혼인 할아버지는 최근 20년간 형제들과 만나지 않았고 간간히 연락하던 누이와도 3년전 연락이 끊겼다. 국가유공자 타이틀 덕에 매달 보훈처로부터 131만8000원을 받아 생활해왔다. 월세 15만원을 내고 살던 주택은 재개발 지역에 묶여 지난달 철거됐다.
# 지난 4일 전남 나주의 한 건설폐기물 처리장. 이곳에서 훼손된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지난달 재개발 철거지역에서 반입된 폐기물을 분류작업하던 인부들은 처음에 이 시신이 마네킹인 줄 알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뒤늦게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폐기물 더미에서 시신 수습·수색 작업이 더 진행됐고 이틀 뒤 같은 곳에서 또 토막난 신체 일부가 발견됐다.

# 건설 폐기물이 유입된 경로를 조사하고 지문 대조 작업을 한 경찰은 이 시신이 유모 할아버지의 주검인 것으로 확인했다. 할아버지의 전화 통화 기록과 통장 입출금 기록 등을 따져본 경찰은 유 할아버지가 지난 6월 초순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보훈병원을 찾은 건 지난 5월28일이었고 매달 15일 돈을 찾았으나 6월부터는 통장에 아무 흔적도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유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재구성이다. 한 사람의 삶으로 보건, 한 인간의 죽음으로 보건 할아버지의 일생은 쓸쓸함 그 차체다. 홀로 죽음에 직면할 때도, 그리고 5개월 가까이 지나도록 그 곁엔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고독사(孤獨死). 죽음이라는 게 원래 외로운 것일 지 모르지만 유 할아버지는 그 외로움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무인도에 혼자 있는 사람의 고독과 번잡한 도심의 군중 속에서 느끼는 그것을 비교한다면? 후자가 더 서럽고 사무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고독사 사례는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데 한 노인의 죽음에 이토록 헛헛한 것은 후배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그 섬, 파고다' 기획 시리즈 때문인 듯하다. 도심 한복판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그 섬'에 노인들이 모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여기 오면 말동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올해 600만명을 넘어섰고 독거 노인도 덩달아 늘어 100만명을 웃돈다. 증가세도 가파른데 삼성경제연구소는 2035년 노인 1인가구를 234만으로 전망했다. 파편화된 1인가구의 증가로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도 늘고 있는 것이다. 노년의 고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정부가 고독사 문제를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안부전화 걸기 캠페인', '아름다운 동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 제로'에 도전한다는 표방이 무색할 정도로 아직 역부족인 것 또한 사실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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