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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남자 선생님 만나기가 로또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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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경훈 기자]'나는 교사이다. 아이의 입에서 질문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에 나는 태어났다. 난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새로운 사상을 발견하도록 자극하던 소크라테스이다. 난 헬렌 켈러의 내민 손바닥에 우주의 비밀을 두들겨주던 앤 설리번이다. 난 하루종일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과 같다.'

미국의 저명한 카운셀러이자 세미나 강사인 잭 캔필드 등이 살면서 잃기 쉬운 꿈과 행복을 어떻게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지를 담아내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교사의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인데요. '종의 기원'으로 진화론을 발표한 찰스 다윈은 케임브리지대학 시절의 은사인 헨슬로를 무척 존경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를 통해 자연을 관찰하는 힘을 키웠다고 하는데요. 다윈은 "내가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것은 오로지 헨슬로 선생 덕택"이라고까지 말했다고 합니다.

헬렌 켈러에게는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심한 열병을 앓은 그녀는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지만 설리번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인식의 통로인 촉각을 통해 헬렌 켈러에게 빛과 희망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처럼 사회나 역사가 생명력을 갖고 발전을 거듭해 온 이면에는 교사들의 끝없는 열정과 따뜻한 감화의 숨결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학생들 교육에 교사 성별의 구별이 어디 있을까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내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여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며칠전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1일 기준으로 여교사수는 10년 전에 비해 36.2% 늘어난 33만696명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남성교사 수는 16만3095명에서 15만1990명으로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교사의 경우 유치원과 고등학교에서 각각 52.7%와 51.8%를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10년 사이 각각 30.8%, 25.5% 늘었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신규 채용된 교원 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올해 남성이 4130명 채용된 반면 여성은 2만798명으로 남성의 5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의 직업관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온 사건으로 꼽힙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신분이 보장되는 안정적 직업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특히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늘었는데요. 여교사는 일찌감치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인기직업이자 안정된 직장이 된 지 오래이고 미혼 남자들이 가장 결혼하고 싶어하는 '신부감' 1위 자리를 수년째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설리번 선생을 꿈꾸며 여교사들이 교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현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가 남자 담임 선생님을 만날 확률이 로또복권에 맞기보다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교사 편향 현상이 극심한 상황은 분명 교육계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텐데요. 취업난과 고용 불안정이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할 따름입니다.





김경훈 기자 styxx@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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