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디커플링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 11일 이후 2주일(10거래일)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60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25일에는 4900억원이나 순매도하며 그 강도를 높였다. 대상은 전차(電車)군단으로 불리는 IT와 자동차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25일 하루에만 전기전자에 2019억원, 자동차에 1857억원 이상 집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T와 자동차주들은 글로벌 '치킨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과감한 투자와 빠른 기술개발도 우리기업들의 승리 요소였지만 엔화 강세 덕도 톡톡히 본 것이 사실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 정권을 잡은 일본의 아베 정부는 정책적으로 엔화 약세를 계속 밀어부칠 기세다. 다른 세계 주요국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엔화가 더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다시 강세로 전환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총리 지명 소식은 테마주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장애인 복지 테마가 움직이더니 지명 다음날은 총리 사위가 사외이사인 회사가 수혜주라며 고개를 내밀었다.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국내 증시와 제 철인양 기승을 부리고 있는 테마주를 보면서 마지막 대선 토론 다음날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한 말이 생각났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토론인데 너무 지엽적인 것들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을 하는 상황에서 우라나라의 정책 같은 거시적인 부분을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선거 후 한달이 지났다. 인수위 대변인부터 시작해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지명까지 각종 잡음에 시끄럽다. 이러는 사이에 엔화 환율은 원화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물론 아직 박근혜 정부는 출범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호의 키를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에 대한 청사진은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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