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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땀흘리는 생산현장 돈만보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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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달 하순경에 코스닥 상장기업 본사 사업장을 둘러볼 기회를 얻어 다녀왔습니다.

한 업체는 100m가 넘는 플랜트 타워를 100분의 3mm 오차의 정확도로 만들어내는 데, 이렇게 정밀한 제품은 용접공들의 용접 숙련도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의 용접 작업후 비파괴 검사 불량률은 1.2%. 업계 평균이 2.4%인 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이 불량률을 0.92%까지 낮췄다고 합니다.
가로 세로 1mm 보다 작은 세라믹칩을 만드는 또 다른 업체는 이 크기를 얼마나 더 줄이고, 그 공간에 얼마나 더 큰 회로를 집어넣느냐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이 조그만 칩의 개당 가격은 100원, 2만개의 부품을 묶은 1롤의 가격은 제품에 따라 쏘나타(중형 승용차) 가격에 맞먹습니다. 이 제품을 하나하나 검사해 불량품을 제거합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전자는 거대한 플랜트에 들어갈 부분품을, 후자는 스마트폰과 TV에 적용돼 잡음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부품을 생산합니다. 이들 업체들의 생산제품은 완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그 것이 없다면 완제품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남들은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선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이 바로 그 제품들이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로 돌아왔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메일과 메신저를 받게 됩니다. 그중에 종목 주가 띄우기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의 강압성 연락도 많이 받습니다. “기사 잘 봤어요. 특징주로 한번만 더 써줘요”, “이 종목은 왜 안 써주는 겁니까? 리포트를 보세요”, “당신 때문에 망했어. 소송 걸거야” 등등.
증시도 현장이라고 한다면 현장입니다. 다만, 제조업 현장에서 여의도로 돌아와서 느낀 건데, 연락을 주시는 투자자들 중 많은 분들은 기업을 기업이 아닌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로지 주가, 돈 이런 잣대로 기업을 평가하다 보니 상장사들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경쟁력은 보지 못하고 계신 것 같다는 것입니다.

플랜트 기업에서 용접공의 높은 기술 숙련도, 세라믹칩을 경쟁사보다 0.001mm라도 더 작게 만든다는 것은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날 인사를 나눈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그렇게 설명을 해줘도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만 보고 있더라”며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현장에서 상장사 기업들은 열심히 뛰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응원해주는 게 진정으로 시장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봅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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