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기자 시절 주식 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본 이들 중에 신문사 주식 시세판을 짜던 고졸 사환 여직원이 있었다는데요. 그때는 개인용 컴퓨터(PC)이 보급된 지 얼마 안됐고, PC통신과 인터넷 등 네트워크도 소수의 직원만 써볼 수 있을 만큼 귀해 언론사 기자들은 직접 손으로 원고지에 기사를 써서 마감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주식에 대해 전혀 몰랐던 직원이었지만, 같은 업무를 매일 수 년여 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상장사 모든 종목 주가도 외우게 됐습니다. 주식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눈을 뜨게 된 것이죠. 매번 시세를 받아적다보니 몇몇 눈에 들어오는 종목을 관심을 갖게 됐고 나중에는 해당 종목이 오를지 내릴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눈까지 생겼다는데요.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주가그래프와 챠트분석을 이 여직원은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직원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뒤 돈을 잘 번다는 소문이 사내에 퍼질 수 밖에 없었겠죠. 처음에는 우습게보던 신문사 기자들도 점차 직원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정보 수집은 기자들이 뛰어날지 모르겠지만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능력은 장기간 훈련(?)을 받은 직원이 한 수 위였다는 게 당시 기자들의 촌평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아마도 사환 여직원처럼 전체의 흐름속에 주식의 매입·매도를 결정하는 판단력 부족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워낙 많은 정보를 듣고 보니 종목을 이해하는 수준은 높아졌지만, 너무 알다 보니 숲보다는 나무에 집착하는 경향이 진 탓이겠죠.
쏟아지는 정보와 분석자료도 중요한 투자판단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환 여직원과 같이 충분한 기간을 거쳐 증시의 흐름을 먼저 읽고 대박의 꿈보다는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점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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