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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늦어지는 금감원 인사 고인 물 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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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여의도 금융감독원 후문쪽에 서 있는 한 가로수에는 까치 둥지가 있습니다.

어디서 물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무 조각 하나하나를 엮어서 만든 둥지는 매서운 비바람에도 잘 견뎠습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부모 까치들이 연신 둥지를 오가는 것을 보니, 둥지 안에는 새끼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척박하게만 보이는 여의도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까치 둥지는 이렇게 평안해 보이는데, 정작 금융당국의 둥지 역할을 하는 금감원 건물은 그렇지 못해 보입니다. 곧 있을 금감원 인사 소식 때문인데요. 지난해 권혁세 위원장이 취임한 뒤 대폭의 인사를 시행한 바 있기 때문에 올해는 규모가 작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 예정됐던 기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보니 오히려 더욱 더 큰 폭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니 금감원 조직원들이 인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안위 여부를 알만한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만나 분위기를 살피고, 힘 있는 기관에 연락해 자신의 자리보전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왜 그럴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이번 인사에서부터 물을 먹는 직원이 생겨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입니다. 외부 기관으로 이동이 불가능해지다 보니 금감원내에는 간부급 인사 적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선배들이 빠져나가야 후배들이 그 자리를 이어 받는데,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옷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금감원이 좀 더 젊고 진취적인 조직이 돼야 한다는 권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고인 물을 반드시 빼내려고 할 것입니다. 인사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이번 인사에서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닥쳤습니다. 잘릴 수 있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각 분야 감독기관이 하나로 뭉친 조직입니다. 그래서 부서간 이동의 벽이 아직은 높고, 평균화 된 업무 평가 기준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원을 자르는 기준을 세우기란 더욱 어렵겠지요. 이런 점을 감안해 권 위원장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이 소폭이더라도 '잘리는' 조직원이 발생하는 이번 인사에 금감원 조직원들의 반발도 거셀 것 또한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올 들어 인사 때문에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기업은 직원들이 잘리는 게 상시화 돼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 직원이 생존이라는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만 계속 보여주니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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