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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2인자의 자리..독배인가 성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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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들이여 '연리지 사랑' 배워라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겨드랑이를 파고 드는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 내부에서는 임원인사와 조직개편과 관련해 온갖 소문들이 무성하게 돌아다닌다.

일부는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되기도 하지만 사실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는 상식처럼 인사에 대해서 '족집게' 도사를 기대하기는 애당초 무리다.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 구조에서는 총수의 머리와 가슴 속 깊은 곳에 담겨있는 인사평가서를 훔쳐볼 재주가 없다면 더욱이 그럴 수 밖에 없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어차피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넘볼 수 없는 1인자, 총수라 불리는 오너가 있고 이들이 최종 사인을 해야 결정이 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아무리 승승장구하며 올라가봐야 2인자다. 그 자리가 바로 대기업 임직원들에게는 '로망'이다. 그 곳을 향해 일하고 충성하고 땀을 흘리며 달려간다.
조선시대에도 당연히 2인자는 있었다. 왕은 '피'가 다르니 그 때도 사대부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영의정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말로(末路)를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

황희 정승처럼 4명의 군주가 교체될 때 살아남고 특히 자신의 경륜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세종 덕분에 18년간이나 영의정 자리를 지키다 여생을 평화롭게 마감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조선을 세운 태조의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정도전은 이방원 일파의 기습을 받아 자신의 집에서 무참히 살해당했다. 중종과 호흡을 척척 맞추며 중종반정으로 권세를 휘두르는 공신들을 효과적으로 견제, 정치 핵심에 섰던 조광조는 어떤가. 왕의 변심으로 전남 화순으로 유배된 후 중종이 자신을 다시 불러주기만을 학수고대했지만 결국 그에게 날아든 것은 '사약'이었다.

물론,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그 배경에는 빠지지 않고 '권력투쟁'이 항상 자리잡고 있다.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주변에 그 자리에 오르려는 싹을 미리 자를 수 밖에 없다.

'크레오소트 부시'라는 나무가 있다. 사막에서 자라는데 주변 토양을 독성으로 오염시켜 다른 식물이 자라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하니 과히 권력투쟁의 '최고봉'에 비견될 만하다.

올 연말 인사전망에 대해 일부 재계 인사는 '크레오소트 부시'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소문은 항상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이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져서는 안 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그 조짐이 심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2인자의 자리를 오매불망하는 갈망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주변을 죽이는 '크레오소트 부시'의 냉혹함이 아니라 따로 자라지만 결국 한 몸이 되는 '연리지'의 사랑을 느끼기 위해 짧은 겨울 여행에 오르는 것은 어떨지.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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