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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여성 CEO 맞을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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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난 6일 터키 이스탄불. 따사롭던 아침 햇살은 현지 여성들의 머리를 감싼 히잡이 불편한 종교적 의복만이 아니라 햇빛을 가리는 실용적 용도로도 안성맞춤이라는 점을 이방인에게 깨우쳐 주려는 듯 오후에는 반팔 소매 밑으로 드러낸 살갗을 따끔거리게 만든다.

난생 처음 이슬람 국가 터키를 찾으며 한 가지 오해를 가슴에 담고 있었다. 여성은 히잡을 쓰고 남성 권위주의 시대 속에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일종의 편견.
하지만 현지 쇼핑객들로 넘쳐나는 이집션 바자르(향료 등을 파는 재래시장)와 터키 최대인 제바히르 쇼핑몰 등을 돌아보니 터키에서 남녀는 차별이 아닌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절감할 수 밖에 없다. 여성들은 히잡을 쓰던 안 쓰던 당당하다. 사회의 굴레를 쓴 모습들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중년 부부들을 보니 아내의 위세가 더 당당하다. 이슬람 신자가 전체 국민의 98%에 달하는 터키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터키는 탄수 칠레르라는 첫 여성 수상을 이미 배출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메가와티 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고 파키스탄에선 베나지르 부토 여사가 두 번씩이나 수상에 당선됐다.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여성 인력들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여성도 CEO가 되라고 격려했다. 이미 십여년 전부터 지속돼 온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한데 새삼 뜨거운 주목을 받은 것은 그동안 너무나 더디게 변하고 있는 남여차별의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여성 CEO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회 전체가 '노(NO)'라고 대답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여성 CEO는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여성인력이 늘어나고 승진자가 증가하자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숨죽인 채 부글부글 끓고 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여성 고위임원들의 지도력과 카리스마에 대해서 앞으로는 인정하고 뒤에서는 소위 '운빨'로 고위직 꿰찼다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다.

삼성을 비롯,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여성 CEO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격려한 것처럼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성공적인 여성 CEO'의 탄생은 '차별과 차이'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전환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대ㆍ중기업의 상생과 함께 남여의 동반성장의식 강화가 절실하다.

터키는 18세 이하 인구가 36.5%다. 한국의 유소년 인구 비율은 16.2%다. 역동적인 미래 경제활동인구비중이 터키의 절반도 안되는데 히잡을 쓴 터키여성보다 한국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더 단단해 보이는 것은 사회구조적 모순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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