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의식 때문에 일본에선 꼭 극장을 찾습니다. 일본 영화의 현재를 남들보다 더 빨리 목격하고 싶은 욕심이죠. 이번에는 두 편의 일본 영화를 봤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고쿠리코 언덕에서’와 쟈니즈 인기 아이돌 그룹 ‘SMAP’의 막내 카토리 싱고가 주연한 3D 액션 블록버스터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 더 무비: 카치도키 다리를 봉쇄하라!’가 바로 그 영화들입니다. 영화의 퀄러티는 그저 그랬습니다. 지브리 유일의 실패작인 ‘게드 전기’에 이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남 미야자키 고로가 또다시 연출을 맡은 ‘고쿠리코 언덕에서’는 전후 일본 요코하마 근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출생의 비밀’에 얽힌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한국 TV 드라마의 폐해가 지브리에도 닿았나 싶을 정도로 진부한 내러티브의 영화였죠. 카토리 싱고의 신작은 어땠냐고요? 카토리는 극장용 영화보다는 TV 버라이어티와 드라마에서 더 큰 장기를 발휘합니다. 영화는 끔찍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해집니다. 외국에 비해 유독 싼 한국의 영화 관람료나 일본 특유의 ‘전체주의’ 국민성 등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제 닳아빠진 비유입니다. 딱 한 번만 생각해 봅시다. 자신의 보고 즐길 권리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의 보고 즐길 권리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선진국이고 선진 문화입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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