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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한국형 '통제 자본주의'의 실체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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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난 2008년 전 세계 경제를 암울한 구렁텅이로 몰아 넣은 미국발 금융위기는 신자유경제주의의 허망한 종말을 알리고 '통제 자본주의' 시대 도래를 예고했다.

시장에서의 합리적 가격 결정, 경제주체들의 이성적 판단은 한낱 '이상향'에 불과했고 인간의 탐심에는 종착역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후 세계적인 추세는 정부가 금융을 중심으로 경제주체들의 활동에 일정부분 제약을 가해 '공공의 선(善)'을 좀 더 확고하게 실현시키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정부가 불가피하게 개입해야 할 부분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통제 자본주의' 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자체를 통제하는 것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유가를 잡기 위해 정유사, 주유소에 어퍼컷을 날려도 맷집 좋게 버티자 아예 정부는 '대안 주유소'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밀었다. 나중에 한 발 물러났지만 소관 부처 장관의 생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유·무언의 압박이 지속되자 삼성은 아미마켓코리아(IMK)라는 MRO(소모성자재공급사)기업을 아예 매물로 내놨다. 동반성장, 상생을 위한 통 큰 결단이라고 하지만 막상 이를 인수할 기업을 선정하는데 적지 않은 고통이 예상된다. 취지와는 관계없이 자칫 해외기업이 이 회사를 경영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돈을 떼인 예금주들이 손실보상을 요구하며 밤샘시위를 지속했고 여야는 6000만원까지 전액보상안 카드를 내밀었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가득하고 부패까지 얽혀 있었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수익·고위험이라는 자본주의 기본원칙은 훼손된 셈이다.

대학교육, 학교급식, 유아보육 등에도 '공짜'와 '반값'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MIT 실험에서 참가자 전원은 20달러 기프트카드를 8달러에 사서 12달러의 이득을 보는 것보다 10달러 선물카드를 공짜로 받는 것을 선택했다. 공짜는 이성의 눈을 멀게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고등연구소 석좌교수는 "금융시장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고전적 원칙을 정책 입안자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보지 않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한국경제가 '통제 자본주의' 인지, '자본주의 통제'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옥죄기의 '속 시원함'과 '공짜'의 달콤함만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눈을 떴을 때'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기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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