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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칸국제영화제의 성공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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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베니스,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64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가 지난 일요일 막을 내렸습니다. ‘올드보이’가 한국 영화 최초로 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2003년에는 못미치지만, 올해는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공식 경쟁 부문 하나 아래인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면치레를 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도대체 왜 칸을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고 말하는 걸까요?

사실 3대 영화제 중 최고(最古)는 베니스입니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문화 정책의 프라파간다로 이용하기 위해 1932년 시작했습니다. ‘아차’ 싶었던 프랑스 정부는 1939년 영화제를 출범하려 했지만, 2차 대전의 발발로 그로부터 7년 후인 1946년 9월 20일, 남 지중해의 작은 항구 도시 칸에서 영화제를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무척 초라했지만, 성장 속도는 대단했습니다. 칸은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두루 안배하는 프로그래밍으로 영화제의 기존 단골 손님인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들에 더해 할리우드 영화들에도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또한 필름 마켓의 기능을 도입하여, 그 해 제작된 모든 영화들을 이곳에서 사고 팔 수 있도록 거대한 영화 장터를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마켓 기능이 약한데다 좌파와 우파의 갈등으로 ‘종이 사자’(베니스영화제의 상징은 사자입니다)가 된 베니스와 할리우드 영화에 정복된 ‘서커스 곰’(베를린영화제의 상징은 곰입니다) 베를린을 밀어내고 칸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되었습니다.
지적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산, 부천 등 국내 영화제와는 달리 그리고 일정 수준 대중에게 문호를 개방한 베니스와 베를린과는 달리, 칸은 여전히 100% 영화인들을 위한 영화제입니다. 실례로 칸에서는 사무국에서 발급한 아이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 관람은 고사하고 영화제가 진행되는 주요 건물에 입장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아이디도 다 다릅니다. 칸의 프레스 아이디는 하얀색(Presse Blanc), 노란 점 분홍색(Presse Rose Pastille), 분홍색(Presse Rose), 파란색(Presse Bleu), 노란색(Presse Jeune)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얀색은 ‘귀족’급에 해당하는 최상의 배지며, 마지막 노란색은 ‘천민’ 배지입니다. 어떤 매체의, 누가, 어떤 색의 아이디를 받느냐는 철저히 영화제 사무국이 결정합니다. 영화 상영관이나 기자 회견장은 각 아이디를 위한 기다리는 줄이 따로 존재합니다. 하얀색 다 들어가고 분홍색들이 입장하고, 그 다음에 파란색 이런 식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화제작일 경우 등급이 낮은 배지를 소지한 사람은 몇 시간씩 서서 기다리고도 영화를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칸에서 이를 불평하는 사람은 영화제에 처음 온 ‘초짜’ 입니다. 이 역시 영화제의 전통으로 당연히 준수하고 존경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해답은 나왔습니다. 남들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자신만의 것으로 승부하고 이를 브랜드화한 것이 칸의 성공 전략입니다. 영화제 뿐 아니라 삶 전반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일 것입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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