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정부가 현대차에 ‘몰빵’지원하는 속내

지난 주 금요일 늦은 오후, 정부는 녹색투자 촉진을 위한 자금유입 원활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미래에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으로 녹색산업을 선정한 정부가 녹색산업에 맞춤형 자금지원을 밝힌 자리였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 환경부, 녹색위 등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녹색산업 성장을 위한 자금지원 계획을 마련한 만큼, 지원방안에는 녹색펀드 조성, 녹색예금 및 채권, 녹색인증제 도입 등 파격적인 지원책이 쏟아졌습니다.
기회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지원방안은 녹색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옥석을 구분한 뒤, 해당 기업에게 충분한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소위 맞춤형 지원이란 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여러 맞춤형 금융지원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분야가 있었습니다. 바로 친환경자동차 부문입니다. 정부는 친환경자동차 부분에 프로젝트파이낸싱 분야에 6000억 원을 지원하고, 설비운전자금으로 오는 2012년까지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친환경자동차를 생산해서 상용화시킨 곳은 국내에선 현대기아차 자동차가 유일합니다. 최근 현대차는 LPG엔진을 토대로 아반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았습니다. 현대차는 앞서 베르나 하이브리드차 생산해 관공서 등지에 정부의 보조금 지급형태로 차량을 일부 시범 판매해왔습니다.

사실상 정부가 특정기업에게 전폭적인 지원계획을 발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외국 기업에 넘어간 GM대우차, 르노삼성차 들도 국내에서 친환경차를 제조할 계획은 당분간 없기 때문입니다. 쌍용차도 경영악화와 이에 따른 노사분쟁으로 천문학적인 자금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친환경차를 제조할 형편이 못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밝힌 친환경자동차의 대규모 지원계획은 고스란히 현대기아자동차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특정기업지원이라는 부담을 안고도 친환경자동차 자금지원계획을 마련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로 매우 미약합니다.

하지만 오는 2020년까지는 대략 20%까지 올라가며 황금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바로 이 시장에 참여하기위해선 지금까지 상용차를 만들어낸 유일한 현대기아차에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유관 산업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다, 친환경자동차의 핵심인 2차 전지 산업까지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일석 이조, 삼조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계산에서입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있어서 이미 이웃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프리우스’와 ‘인사이트’를 출시해 기존 일반 자동차에 가격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대 까지 가격격차를 줄이면서 자국내 자동차 판매 1, 2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 정부가 엘리트 기업 육성책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관련 글로벌 특허를 집중적으로 선점한 터라,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여간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육책으로 일본에선 매리트가 없다며 버리다시피 한 LPG엔진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은 것도 특허부문에서 그나마 자유롭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향후 현대기아차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얘깁니다.

비록, 일본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하루빨리 일본 자동차에 견주어 밀리지 않는 친환경자동차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