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0만원 계약 체결하면서 공식 문서 없이 기본 검증도 허술
천안시 관계자 "축협에 정보 요청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시민단체 "추천만으로 수의계약...용역 품질 제대로 나올지 의문"
충남 천안시가 실체가 불분명한 업체와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명칭 및 BI(Brand Identity) 개발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축구협회의 구두 추천을 이유로 5000만 원이 넘는 계약임에도 공식 문서도 없어 기본적인 검증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정황이 포착돼 일반적인 계약 절차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천안시는 지난해 10월 23일 경기도 성남시에 소재한 A사와 522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수의계약은 대한축구협회 축구센터(NFC) 추진단이 실무 정례회의에서 업체 2곳을 구두로 추천함에 따라 진행됐다. 공식적인 추천 공문이나 회신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지역 업체는 BI 제작에는 강점이 있지만 네이밍은 외주 작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두 과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필요했다"고 업체를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 측에 서울 소재 업체 정보를 요청했고, 대표의 B전자 시절 마케팅 경력과 브랜드 전략 이력을 검토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ICE평가정보의 올해 4월 25일 자 기업신용체크 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2022년 설립 이후 확인 가능한 매출, 자산, 외부 금융거래 내역이 전혀 없고 신용등급도 부여되지 않았다.
나라장터 수의계약 공개 내역에서도 해당 업체의 다른 공공 계약 실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계약서 및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주소지를 본지가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업체는 현장에 입주해 있지 않았고, 간판이나 명패도 없었다. 건물 전체는 마사지업소와 노래방이 밀집한 유흥 상가였으며, 업체와 관련된 표시나 사무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시 관계자는 "대표 경력을 바탕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지만 실제 계약 체결 과정에서 통상 요구되는 실적을 입증하는 서류나 심사 회의 기록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지자체는 5000만 원 이상의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할 경우, 지방계약법에 따라 계약 대상자의 수행 능력, 실적, 기술력, 신용도 등을 확인하고, 내부 심사 또는 비교 검토를 거쳐야 한다.
업체로부터 제안서, 실적 증명서, 견적서 등을 받아 적정성을 검토하는 과정도 일반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대한축구협회의 구두 추천과 대표 이력 검토 외에는 관련 문서나 회의 절차가 확인되지 않아 기본적인 검증도 거치지 않고 계약이 체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과거 협회 마케팅팀과 함께 업무를 했던 이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내부 실무팀 단위에서 추천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무실 위치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해 추천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천안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소에 있지도 않은 업체와 공문도 없이 추천만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면 과연 용역 품질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축구종합센터는 3094억 원을 들여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리 일대 45만1693㎡ 부지에 조성 중이다. 이 중 천안시가 1894억 원, 대한축구협회가 1200억 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주요 시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충청취재본부 박종혁 기자 whdgur353@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