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이콘이자 체제의 피해자였던 먼로
갑작스런 죽음의 비밀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
이상돈 "밝혀내려는 사람 있어야 진실 드러나"
'섹스 심벌'이자 '할리우드의 별'로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마릴린 먼로. 주한미군 위문 공연을 하기 위해 1954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녀는 1962년 36세로 사망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법무장관을 비롯해 극작가 아서 밀러, 미국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던 프랭크 시나트라 등 당대의 숱한 유명인들과 관계를 맺었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의혹을 남겼다. 올해 사후 63년이 됐지만, 그녀의 죽음에 대한 식지 않는 관심은 어쩌면 '마릴린 먼로'로 상징되는 성과 권력, 욕망과 갈등 그리고 시대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모른다. 겉으론 화려했으나 속으로 외로웠던 그녀는 시대를 상징했으나 동시에 시대의 희생자이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 그리고 케네디 형제>(에디터) 저자 이상돈은 중앙대 법대 학장을 지내고 제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통하며 보수주의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 온 그가 낸 책 치고는 이색적이다. 등장인물들이 화려하다 보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연재할 때부터 많은 이들의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는 케네디 암살에 마피아가 개입돼 있으며, 마릴린 먼로의 죽음에는 케네디 형제가 관련이 있다는 논의가 있음을 알았다"며 "우리나라에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을 제대로 다룬 책이 없어서 우리 사회의 현대사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릴린 먼로의 죽음이 밝혀지는 과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밝혀내려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다"라며 지식인과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이 책은 불우한 유소년 시절을 보낸 먼로가 모델이 돼 할리우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 남성들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펼친 눈물겨운 노력, 시대의 아이콘이 됐으나 새로운 도전과 좌절을 겪다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 드라마 등을 시간순으로 서술한다. 그녀의 죽음과 의문투성이 사건 현장 그리고 진실의 문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처럼 실감 나게 묘사했다.
책 마지막에는 생전 먼로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을 LA 시의회가 역사·문화적 기념물로 지정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금도 이 저택의 문 앞에 꽃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웨스트우드 파크는 너무 유명한 묘지가 돼 웬만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는 뒷얘기도 담았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석관 옆과 위에 잠들어 있는 이들의 스토리도 흥미롭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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