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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막아야하는 재앙일까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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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후변화 대응방안 다룬 두 권의 책

'글로벌 그린 뉴딜' 화석연료 문명 곧 종료…재생에너지 전환, 정치·사회적으로 큰 변화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환경에 대한 과잉된 믿음이 되레 기후변화 대응에 걸림돌

[기자의 독서] 막아야하는 재앙일까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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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1세기 인류 생존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기후변화를 다룬 책 두 권이 발간됐다. '글로벌 그린 뉴딜'과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글로벌 그린 뉴딜'은 인류가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할 행동론적인 측면에서,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은 환경에 대한 철학적 사고, 다시 말해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다룬다.

'글로벌 그린 뉴딜'은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6년만에 내놓은 책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9월 출간됐다.


리프킨은 늦어도 오는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못박는다. 그리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새로운 사업과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린 뉴딜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가 동원한 뉴딜 정책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린 에너지로 전환이 시급한 비상상황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리프킨은 경제의 주요 부문들이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이탈해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로 갈아타고 있으며 송유관, 해양 플랫폼, 석유화학 공장 등 화석연료와 관련해 100조달러(약 11경8000조원)의 '좌초자산(stranded asset·시장이나 사회 환경의 급변으로 가치가 크게 떨어져 조기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될 위험이 있는 자산)'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리프킨은 당장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그린 뉴딜이 핵심 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 Z세대(1990년대 이후 출생)는 기성 세대와 달리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린 뉴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새로운 세대의 이런 요구는 연기금의 투자행태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연기금은 화석연료 부문에서 자금을 회수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리프킨은 이러한 연기금의 행태를 사회적 책임 투자의 형태로 정의하고 새로운 사회적 자본주의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시카고대학 신자유주의 경제학파를 이끈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사회적 책임 투자에 반대했다.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조하면 자본주의 시장의 성과가 약화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간 듯하다. 밀레니엄 세대의 86%가 사회적 책임 투자에 관심 갖고 있다.


리프킨의 구상은 세제 개편으로 구체화한다. 그는 미국 전역에 그린 뉴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20년간 9조2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른바 슈퍼 리치들에게 더 많이 과세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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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이 뉴딜이라는 약 100년 전 용어를 소환했을만큼 재생 에너지 전환은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은 행동에 앞서 우리 인식의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동을 거는 듯하다.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은 2016년 10월 미국에서 출간됐는데 부제가 '많은 환경론자들이 믿는 것과 그들이 틀린 이유(What Many Environmentalists Believe and Why They Are Wrong)'였다.


저자 대니얼 보트킨은 누구도 지구온난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1960년대부터 기후변화를 연구한 인물이다. 하지만 환경에 대해 인식하는 우리의 가치가 어느 순간 일종의 도그마로 변질됐다고 느낀 듯하다. 이를테면 인간은 환경과 대척점에 서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모든 행위가 절대악이라는 식의 인식이야말로 큰 오류이며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은 모두 27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는글과 닫는글을 제외한 본문에 해당하는 25개 장은 우리가 환경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내용들이 소제목으로 뽑혔다. 이를테면 '인간은 전지구적 환경에 영향을 미친 유일한 종이다', '기후변화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할 것이다', '인간의 개입만 없다면 지구의 기후는 안정적이다' 등이다. 역으로 보트킨은 지구의 기후가 늘 불안정했으며 기후변화가 많은 멸종을 야기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보트킨은 멸종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모든 종의 궁극적 운명이 절멸이며 따라서 멸종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멸종이 부자연스럽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마치 모든 멸종의 원인 제공자라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한 듯하다.


보트킨이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 '하얀 집이 보이는 오베르의 밀밭'을 바라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그는 인간이 농경 목적으로 땅을 개간하지 않았다면 밀밭은 없고 온대림으로 남았을 것이며 고흐의 명작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트킨은 생태학적 관점을 강조한다. 인류를 둘러싼 자연이 인간으로부터 영향받지만 인간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도 인간 등 생물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환경에 절대가치를 둠으로써 생기는 과잉된 믿음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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