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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국민 절반이 스트레스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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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국민 절반이 스트레스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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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 20대 여성 A씨는 우울감에 정신과의원을 찾았다. 불면증에 식욕저하로 체중이 줄었고 자살시도까지 있었다고 했다. 시부모와의 갈등과 시부모를 편드는 남편의 태도로 스트레스때문이라고 스스로는 얘기했다. 남편은 난감해했다. 결혼 초기 부부관계가 좋았고 밝았던 자신의 배우자가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걸 괴로워했다.


# 대기업 직원 B씨는 우울증으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음에도 직장 내 주변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과거 업무성과가 좋은 편에 속했는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중요한 일을 빼먹거나 실수가 늘었다. 속사정을 알 길이 없던 동료들의 불만도 늘어갔다.

우울증ㆍ불안ㆍ분노조절 등 정신건강 지표 악화
"정신건강 상태 나쁘다" 청년층이 중장년층 2배

정신질환을 겪는 이가 주변에 흉기를 휘둘렀다거나 살인 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는 지금도 잊을 만하면 툭툭 불거져 나온다. 최근 1, 2년간 몇 차례 끔찍한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정신건강이 나빠진 건 더 이상 남의 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고령사회로 갈수록 노인층이 늘면서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을 앓는 이가 증가하나, 최근 우리나라에선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ㆍ장은선 교수팀이 주변 동료의사 200여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3명 가운데 2명꼴에서 번아웃(Burnout, 소진) 증상이 관찰됐다. 번아웃은 일에 몰두하던 이가 지속적인 업무와 스트레스로 신체적ㆍ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30대 여성 의사 가운데선 이러한 번아웃이 심해져 이인감 증상을 보인 이도 있었다.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기로부터 분리ㆍ소외된 느낌을 갖는 증상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1년간 경험한 정신건강문제 유형<단위:%, 자료:국립정신건강센터>

지난 1년간 경험한 정신건강문제 유형<단위:%, 자료:국립정신건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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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정신건강문제라고 하면 며칠간 지속되는 우울증이나 불안, 심각한 스트레스,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건망증, 자제할 수 없는 분노 표출, 알코올이나 약물ㆍ도박중독 등을 일컫는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정신건강문제를 겪는다고 답한 이가 전체 10명 가운데 6명이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답한 이는 평균 2.2개 정도를 꼽았다. 5개 이상 문제를 겪는 고위험군도 20%에 달했다.

평소 본인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좋다고 답한 이는 46.8%(매우 좋다+좋다)로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떨어졌다.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11.8(매우 나쁘다+나쁘다)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정신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답한 이 중 연령대별로 보면 10~30대 등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보다 2배가량 많았다.


"그냥 두면 낫겠지" "스스로 극복할 문제"
병원·전문가 상담 치료 없이 대부분 버텨

정신건강 문제의 유형별로 봤을 때, 스트레스나 우울감ㆍ감정변화를 꼽는 이가 많았다. 아울러 남성은 자제할 수 없는 분노표출, 여성은 불안ㆍ불면이 많았다. 설문상 확인된 지표상으로는 물론 개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살펴보더라도 정신건강에 해로운 사회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신건강을 살피려는 노력은 반대로 줄었다.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증진노력을 하는지 묻는 질문에 67%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1년 전보다 7.6%포인트 줄었다.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상담ㆍ상의했다는 이는 10명 가운데 2명 정도에 불과했다. "치료는 필요한데 심각하지 않아 그냥 두면 나아질 것 같아서" "정신질환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서"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를 댔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현병 환자의 범죄 등이 많이 알려지면서 중증 정신질환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증ㆍ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 자체가 늘었고 그로 인해 본인 상태를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관심이 많아졌지만 그만큼 중증 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늘어난 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보건당국에선 그간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나 강제입원 등에 초점을 맞췄는데 우울감, 스트레스 등 다수 국민이 겪는 분야까지 정책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일 강북성심병원에서 열린 임세원 교수 1주기 추모식에서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임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 진료를 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11일 강북성심병원에서 열린 임세원 교수 1주기 추모식에서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임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 진료를 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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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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