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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심신상실 만취 상태… 성관계 동의했어도 강제추행"

최종수정 2021.02.21 12:40 기사입력 2021.02.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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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모텔로 걸어갈 만큼 몸을 가눌 수 있더라도, 만취해 정상적인 판단이나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대법원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경기도의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해 잠든 B(18)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2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2017년 B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가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던 중 필름이 끊겼다.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만취한데다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근처를 지나던 A씨가 접근했고 둘은 여러 술집을 돌다 모텔로 이동했다. CCTV 기록에 따르면 당시 B씨는 혼자서 걸을 수는 있었지만 모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휘청거리거나 벽에 머리를 대고 서 있는 등 상당히 취한 모습이었다.


이후 A씨는 침대에서 잠든 B씨를 추행하던 중 B씨의 모친과 남자친구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검거됐다. B씨는 A씨를 만난 상황과 모텔로 이동한 일 등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린 B씨는 만취해 겨울에 외투도 걸치지 않고 일행도 찾지 못해 돌아다닌 상황이었다"며 "공무원인 A씨는 이러한 B씨를 보호하기는커녕 생면부지의 상대를 모텔로 데려가 추행했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는 뒤집혔다. B씨는 당시 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을 겪었을 뿐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심신상실을 이용해 그를 추행할 고의가 A씨에게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블랙아웃을 넘어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passing out)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술 때문에 잠에 드는 등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거나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상태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이 발생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성관계에 동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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