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루 간격으로 '채찍'과 '당근' 정책 잇달아 발표
내란 협조 공직자 조사 TF 구성 이어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 발표
정책감사 폐지·직권남용죄 신중수사·특별 포상 파격 확대
'공직사회 동요' 사전 차단 목적 분석…공직사회에 명확한 메시지 전달 기대도
정부가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자 하루 간격으로 '채찍'과 '당근'을 잇달아 꺼내 들었다.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협조한 공직자들을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고 특별 포상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신상필벌을 확실하게 하면서도 공직사회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간 '공직사회 활력 제고 TF'를 가동해 12일 발표한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의 핵심은 ▲감사원 정책 감사 폐지 ▲직권남용죄 신중 수사 ▲재난·안전 분야 처우개선 ▲정부 당직 전면 개편 ▲우수공무원 인센티브 확대 등이다. 강 실장은 브리핑을 열고 공직사회에 만연한 이른바 '감사 공포'를 제거하고자 "올해 감사 사무처리 규칙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TF는 지난 7월에 공식 발족해 5개월째 운영되고 있다.
감사원 정책감사 폐지를 위한 절차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퇴임한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8월 정책감사 폐지를 천명하면서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개혁 TF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연내 감사사무 처리규칙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 중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하면 하반기부터는 바뀐 제도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공무원의 소극적 직무수행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직권남용죄를 손본다. 직권남용죄 수사 관행을 개선하고,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해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를 신중하게 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한 지난 7월29일 이후 기소 건수는 2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형법상 직권남용죄 개정을 추진해 공무원의 적극적인 직무수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방안도 내놨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재난·안전 분야 공무원을 포함해 군(軍) 초급간부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관련 인력을 700명 증원하면서 재난·안전 수당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특별승진 기회도 제공한다. 5년 미만 군 초급간부를 대상으로는 기본급을 최대 6.6% 인상하고 수당을 높이는 한편 미래준비적금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304억원을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당직제도와 우수공무원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당직제도의 경우 재택당직을 전면 확대하는 게 목표다. 기관 통합당직 전환, 24시간 상황실 통합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대신 인공지능(AI) 민원 응대로 국민 불편은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직비 예산은 매년 169억원이 절감되고, 당직 휴무 감소로 공무원 1712명을 증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또한 이례적 성과를 낸 공무원을 파격적으로 보상하고자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파격적으로 포상금을 지급하고 인사우대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밖에 AI 시대에 대비한 공직 역량을 강화하고자 순환보직 제도 개선 및 전문성 중심의 인사관리 방안 마련 등 5대 추진과제도 내놨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출범으로 인한 '공식사회 동요' 사전 차단 목적 관측
대통령실이 발표한 이런 파격적인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내년 2월까지 운영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출범으로 인한 공직사회의 동요와 경직을 사전에 차단하는 이른바 '당근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TF의 조사 범위가 대통령 직속 기관과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광범위하고 '12·3 비상계엄' 관여 정도에 따라 내년 2월13일까지 형사 처벌·행정 책임·인사상 문책 등이 뒤따르게 돼 연말 연초 국정 추진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총리도 TF 구성을 제안하면서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면서 공직사회에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초기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든, 현장 점검 회의에서든 '공직기강'과 '공직자의 책임'을 강조해왔다. 여러 차례 "공직자의 1시간은 5200만시간과 같다"면서 공직사회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인수위 없이 출발한 정부인 만큼 전반적으로 공직자 인사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신상필벌을 확실하게 하는 등 기준을 바로 세워 국정 추진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들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공직사회 줄 세우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내란 프레임'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량한 공무원을 괴롭히지 말고 대장동 재판부터 받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제2의 적폐청산"이라며 "2시간 만에 해제된 계엄에서 공무원들이 뭘 가담하고 뭘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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