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 내년 하반기 본격화
하반기 '마이너스 전환' 전망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1.8%로 제시해 지난 8월 전망치(1.6%)보다 0.2%포인트 상향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종전(0.8%)과 유사한 0.9% 전망을 했다. KDI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확장적 예산 편성으로 성장 경로가 다소 개선됐다고 봤다. 다만 내년부터 미국 관세 인상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26년 우리 경제는 수출이 둔화하겠으나 내수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1.8% 정도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수는 민간소비가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올해 1.3%에서 내년 1.6%로 개선되고, 건설투자도 올해 -9.1%에서 내년 2.2%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제시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8월 수정 전망 당시보다 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내년 예산안도 더 확장적으로 편성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가 나빴다가 하반기 들어 부진 폭이 줄어드는 국면"이라면서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재정수지 적자가 과도하게 지속되지 않도록 재정정책 기조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경기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서 아주 크게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KDI는 내년 우리 경제의 수출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은 4.1%로 잡았지만, 내년에는 1.3%에 그칠 것으로 제시했다. 특히 상반기(2.7%) 이후 하반기에는 -0.2%로 마이너스 전환될 것으로 봤다. 미국의 관세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4.1%)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세종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왼쪽)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이 'KDI 경제전망(2025. 하반기)'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내년 하반기 수출 -0.1% 전환될 듯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고율 관세의 충격은 사라진 게 아니라 늦춰졌을 뿐"이라며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무역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점차 증가세가 축소되다가 내년 하반기에는 수출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미국 정부가 처음 관세율을 발표했을 때보다 실제 적용 관세율이 낮았고, 수출입 기업들의 선제적 수출, 충격 흡수 노력,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 반도체 호조세 덕에 수출 위축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KDI는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1%로 2025년(3.2%)보다 소폭 둔화하고, 교역이 본격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봤다.
다만 민간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1.5%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KDI는 "확장적 재정 정책 등으로 내수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소비자물가는 내수가 회복되겠으나 국제유가는 하락함에 따라 올해(2.1%)와 유사한 2.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둔화에도 흑자를 이어가는 그림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상품수지는 올해 1170억달러에 이어 내년에도 1030억달러 안팎 흑자가 예상되고, 전체 경상수지도 1037억달러 수준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제시했다.
KDI는 "현재의 낮은 성장률은 경기 순환 요인도 있지만, 보다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데 주로 기인한다"며 재정·통화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혁신기업 진입과 한계기업 퇴출을 활성화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현재의 높은 환율이 유지되면서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도 봤다. KDI는 "지난 9월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환율 상승의 영향이 추가되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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