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중 '위험한 미국사'
글로벌 혼란의 핵심축 트럼프
기존 정치·엘리트에 불신·불만
양극화 부추겨 지지자 결집
'경찰국가' 표방, 세계 질서 구축해 온 미국
트럼프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 강화
기존 질서, 동맹 와해 '마이웨이'
미국 내에서도 위험 목소리 제기
삼권분리 견제 장치 가동하지만,
실력행사 시도 계속
미국 건국 당시 주(州)는 하나의 국가나 다름없었다. 13개 국가(영국의 13개 식민지)를 하나의 연방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지난했고, 분열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연방 정부는 통합 국가의 권한을 추구했지만, 뉴욕과 버지니아 같은 주들은 자치권을 강력히 주장하며 맞섰다. 그런 과정에서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노력으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미국 헌법 기본 원칙이 수립됐다. 입법·사법·행정 권한이 분리돼 정부 권력이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했고,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사이의 권한 배분도 균형안을 마련했다. 그렇게 미국은 민주주의의 본령 국가로 일어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 기능해왔다.
그런 미국이 극심한 글로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혼란의 중심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앞세워 기존의 국제 질서를 뒤엎었다. '경찰국가'의 역할을 벗어던지고, 미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내세웠다. 동맹국에 대한 대우도 급변했다. 군사 동맹을 맺은 일본과 한국에 막대한 수준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고, 경제 부문에서도 기존 '동맹국 대우' 관행에서 벗어난 고관세를 강요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기치 아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약화시켰고, 환경보호란 명분보다 경제적 이익이란 실리를 우선하며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강행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시립대 종신교수인 김봉중 저자는 "이로써 미국의 국제적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미국은 동맹과 글로벌 주도권을 크게 잃었다"고 지적한다.
책은 미국의 양극화 역사를 조망하며 시작한다. 노예제도를 사이에 두고 1861년 벌어진 남북전쟁의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민권운동, 반전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을 두고서 남북은 대립했고, 현재도 남쪽의 공화당, 북쪽의 민주당 우세 구도는 여전하다. 저자는 트럼프를 양극화 구도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하며, 지지자 결집을 위해 양극화를 의도적으로 심화시킨 문제적 인물로 묘사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면모가 다양하지만, 공통되게 기존 정치 체제와 엘리트들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불만을 지닌다. 이런 상황은 2008년 금융 위기 회복 과정에서의 양극화에 기인한다. 금융 위기는 정부 개입으로 빠르게 해소됐으나, 그 과정에서 벌어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저자는 이점을 오바마 정부가 금융 위기 극복에 성공하고도 미국 남부 저소득층 백인들의 비판을 받은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런 와중에 기존 정치 문법을 비껴간 트럼프의 등장은 남부 백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엘리트 대 일반 시민' 구도를 내세워 워싱턴의 정치 엘리트를 비판하는 전략은 백인 노동자와 농민들,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호소하는 바가 컸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 내 공장이 없는 품목의 수입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저소득층의 일거리 경쟁자인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저자는 이런 트럼프의 전략이 미국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법 이민자들이 기존 일자리를 뺏고 사회 범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은 체포되면 추방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 태생 시민보다 범죄율이 낮다고 지적한다. 또한 농업과 건설업 등 해외 노동력이 필수적인 업종에서 노동력이 줄면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독선적 행보로 인해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될지 모른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선을 긋는다.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때문에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언론의 계속된 문제 제기로 닉슨 대통령이 권력 남용을 시인하며 사임한 일을 사례로 제시한다.
아울러 의회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는 삼권분립과 더불어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 미국 특유의 관료 문화도 트럼프의 독재를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위기 속에서 행정부 권한이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루스벨트 대통령 시기에 사법부와 입법부의 견제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지켜졌던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일명 '휘슬 블로어'라고 불리는 내부고발 풍토도 미국 내에서 독재의 탄생을 가로막는다고 분석한다.
다만 최근 반(反) 트럼프 논조의 언론사를 향해 천문학적 소송을 남발하고, 야당 우세 지역에 질서유지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등의 행태에는 '견제와 균형' 원칙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위험한 미국사 | 김봉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 268쪽 | 1만8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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