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알트리아와 손잡고 스웨덴 ASF 인수
니코틴 파우치 시장 본격 진출
KT&G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을 기반으로 '니코틴 파우치'라는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비연소 담배인 니코틴 파우치는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유통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담배 제조사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고성장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 담배(궐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KT&G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G는 미국 1위 담배 제조사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기업 ASF(Another Snus Factory)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인수금액은 2624억원이며 KT&G는 1605억원을 투입해 지분 51%를 확보할 예정이다.
14년 만의 대형 M&A…부동산 매각 속도
KT&G의 대형 인수합병은 2011년 1400억원에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TSPM)를 인수한 이후 14년 만이다.
KT&G는 보유 중인 유동 자금을 이용해 인수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서울 중구 마른내로에 있는 을지로타워를 천경해운에 약 1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4년 골든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연면적 1만8188㎡의 이 건물을 612억원에 인수해 11년 만에 600억원가량의 매각 차익을 거둔 것이다.
앞서 지난해 경기 성남 분당타워도 페블스톤자산운용에 1247억원에 매각했으며, 호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매각 절차를 진행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흥국리츠운용을, 차순위협상대상자로 HHR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매각 가격을 최대 2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KT&G는 오는 2027년까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처분해 1조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방경만 KT&G 사장(왼쪽)이 9월 23일 빌리 기퍼드 알트리아 대표이사와 글로벌 니코틴·비니코틴 시장에서의 전략적 협력 기반 구축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T&G
원본보기 아이콘연평균 29.1% 성장 전망…'진(Zyn)' 독주 체제 균열낼까
KT&G는 이번 MOU로 ASF의 제품인 '루프(LOOP)'와 알트리아가 판매 중인 '온(on!)'을 KT&G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니코틴 파우치는 니코틴을 고체 형체로 뭉친 뒤 주머니에 넣어 잇몸과 입술 사이에 넣는 무연 담배의 일종이다. 니코틴 파우치 시장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북유럽에서 먼저 성장했고, 미국 등지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올해 54억달러(7조5000억원) 수준인 미국 니코틴 파우치 시장이 2030년 197억달러 규모로 4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니코틴 파우치 시장 규모는 올해 67억3000만달러에서 2029년 187억달러로 연평균 29.1% 성장할 전망이다. KT&G는 해당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5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담배 기업들은 이미 니코틴 파우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은 2022년 스웨덴의 '스웨디시 매치(Swedish Match)'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 니코틴 파우치 브랜드 '진(Zyn)'을 손에 넣었다. 진은 일부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미국에서 74%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는 '벨로(Velo)'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며 진의 뒤를 쫓고 있다. 알트리아도 온을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KT&G와의 이번 MOU 체결로 알트리아도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니코틴 파우치 시장은 '진 대 나머지' 구도로 요약될 만큼 스웨디시 매치의 독주가 뚜렷하다"며 "KT&G가 이번 인수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판도에 안착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국내는 규제 불확실성…해외 성공사례 우선
국내의 경우 니코틴 파우치는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은 담배 및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데, 니코틴 파우치는 현재 국내 법규에서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아 수입 및 판매에 제약이 따른다. 다만 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쿠팡을 비롯한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확산 과정에서 나타난 청소년 흡연율 논란이 여전히 사회적 쟁점으로 남아 있어, 니코틴 파우치가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틈새 수요를 예상한다. 냄새와 흔적이 거의 없는 특성 덕분에 직장인·여성·금연 시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다국적 담배 기업들도 한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의 공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규제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KT&G도 해외 성공 사례를 만든 뒤 역수입 형태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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